실태 보도 이후 부랴부랴 정비 추진 밝혀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삼의사의 묘. 맨 왼쪽이 안중근 의사의 가묘로, 봉분이 파헤쳐져 있다. 류인하 기자
서울 용산구가 백범 김구 선생과 삼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안중근 가묘), 임정요인(이동녕·조성환·차이석) 등 8인의 독립운동가가 묻혀있는 효창공원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경향신문의 실태 보도(11월 12일·11면)가 나온지 약 한달 만이다. 용산구는 서울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4억2000만원을 받아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는 “효창공원의 국가유산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그 중요성을 후대에 널리 알리기 위한 단계적 정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 설계 등 사전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보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정비항목은 묘역의 목책 교체, 삼의사 묘역 묘단 보수 및 원형유지, 묘 봉분 및 묘비석 정비, 효창공원 내 수목·시설물 경관개선이다.
용산구는 삼의사 묘역에 김구 선생이 직접 새긴 ‘유방백세’ 글귀도 원형을 유지하면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게 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용산구의 효창공원 내 묘역관리는 사실상 방치수준에 가까웠다.
일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우고,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한 독립운동가들의 묘가 모여있는 곳임에도 정부가 서울의 한 자치구에게 관리를 모두 맡겨놓았기 때문이다.
효창공원의 관리는 용산구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으나, 묘역이 아닌 공원 관리에 집중돼 있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삼의사의 묘로 올라가는 계단에 떨어져 있는 은행나무 열매. 류인하 기자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조사한 ‘효창공원 관리인력 및 예산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관리인력 16명 중 독립운동가 관련 시설 관리 인력은 단 2명만 배정돼 있다. 연간 관리예산도 전체 공원관리 예산 12억7700만원의 3.3%(4100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삼의사 묘역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가묘 봉분은 여전히 짐승이 파헤친 상태 그대로 남아있다.
임정요인 중 한 명인 조성환 선생의 묘비석은 수 년째 얼룩이 진 채 방치돼 있다. 임정요인의 묘로 올라가는 계단길은 주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늘 악취를 풍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보도가 나온 당일에 용산구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임정요인의 묘로 올라가는 계단의 은행열매를 급히 치우는 모습을 봤다”며 “그때 반짝 관리하는 것을 봤지만 지금은 예전 그대로 또다시 은행열매가 방치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용산구가 서울시로부터 특교금을 받아 대대적인 정비를 벌여도 특교금 자체가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예산이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승격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회도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과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인 2013년 각각 관련 개정법안을 한 차례씩 발의했지만, 법안소위에서는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임기만료로 폐기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관련 개정법률안이 올라와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명은 지난 6월 30일 효창공원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현충원’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