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12·3 불법계엄과 이후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반대 집회는 그동안 이어진 집회·시위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탄핵 찬성 집회는 축제처럼 열렸다. 대중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쓰고 20·30대 여성 등 모든 연령대가 참석했다. 반면 탄핵 반대 집회에선 혐오와 폭력이 자주 등장했다. 기독교 보수 세력과 20대 남성들이 주요 집회 세력으로 전면에 나섰다.
불법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찬성 집회에는 가족 단위 등 모든 연령대가 참여했다. 과거 집회·시위와 달리 탄핵 촉구 집회는 비교적 안전하게 진행됐고, 범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아이돌 가수 팬으로 응원 문화에 익숙한 20~30대 여성들이 변화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자신이 응원하는 K팝 그룹의 응원봉을 가지고 등장했다. 걸그룹 소녀시대가 불렀던 ‘다시 만난 세계’는 집회 대표곡이 됐다. 과거 민중·노동 가요 자리를 K팝 등 대중가요가 대체한 셈이다. 현장에서 재생된 노래 목록은 ‘탄핵 플레이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공유됐다.
20·30 여성들은 이후 각종 국면에서 집회의 중심 세력이 됐다.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에서 윤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전국농민회총연맹 트랙터 행진 집회를 경찰이 봉쇄하자 응원봉을 든 여성들이 몰려왔고 결국 경찰이 물러났다. 이날 집회에는 ‘남태령 대첩’이란 이름이 붙었다.
기독교 세력이 집회 문화의 전면에 서게 됐다는 점도 계엄 이후 만들어진 변화다.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탄핵에 반대하는 기독교 세력은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보수 집회의 중심 인물이 됐다.
탄핵 반대 집회는 불법·폭력의 대명사가 됐다. 유튜버와 20~30대 남성들이 모여들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이 확대·재생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유튜버와 20·30 남성,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 등 수백명이 법원으로 난입해 법원을 파괴하고 영장 발부 판사실까지 찾아갔다. 이 사건으로 지난 1일까지 141명이 기소됐고, 44명의 형이 확정됐다.
보수 집회는 ‘혐중 집회’로 변모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17일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중심이 된 ‘자유대학’이 중국 상점이 밀집한 서울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사전 투표 반대’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 인근 상인들과 충돌했다. 혐중 집회는 주한중국대사관이 있는 서울 명동 등으로 확대됐다.
집회·시위 문화를 오래 관찰한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민주화 세대 이후 달라진 집회 문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시작되어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자리잡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이 비상계엄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주장만을 듣게 되면서 기독교 중심의 집회가 극단적인 모습을 띠게 된 것도 비상계엄 이후의 변화”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광주 금남로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탄핵반대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