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 사고는 5년전 고속도로 터널 공사로 지하수의 수위가 크게 낮아져 연약지반의 문제가 심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수도의 누수를 오래 방치한 것 역시 지반의 약해진 원인이 됐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조사위원회는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3일 발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도시철도 9호선 연장사업 1공구 터널 공사 구간은 단단한 암반이 아닌 심층풍화대(암석이 오랜시간 깨지고 부서져 약해진 층)에 속했다.
문제는 이 풍화대 안에 불연속면으로 역피라미드 모양의 쐐기형 흙덩이가 분리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흙덩이는 터널의 설계·시공 단계에서 발견되지 못했고, 결국 굴착 과정에서 터널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이때 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이 작용해 터널 붕괴와 땅꺼짐으로 이어졌다.
사조위는 심층풍화대 안에 불연속면으로 분리된 역피라미드 모양의 쐐기형 흙덩이(토체)가 터널 위로 미끄러지면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3차원 지질구조 분석 이미지. 국토교통부 제공
이같은 연약지반의 문제가 심화된 데에는 앞선 굴착공사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사고 현장에서 28m 떨어진 곳에서 2017년 진행된 세종-포천 고속도로 터널 공사는 지하수를 빼고 땅을 파는 ‘나틈(NATM) 공법’으로 이뤄졌다. 당시 공사로 다량의 지하수가 빠지면서, 인근 지반에 단단히 맞물려있던 쐐기형 흙덩이의 안정성이 약화했다는 것이 사조위의 설명이다. 2022년 1월 작성된 9호선 연장 설계를 보면, 2017년 1월 세종-포천 고속도로 설계 당시보다 지하수위가 약 18.6m 낮아진 것이 확인된다.
또한 사고현장 인근의 노후하수관의 관리 미흡으로 누수가 지속됐다는 점도 흙덩이 분리에 영향을 줬다. 해당 지하시설물을 관리하는 강동구청은 2022년 해당 하수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균열·이음부 단차 등에 대한 보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박인준 사조위원장(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연약지반이 원래 가지고 있던 구조적 취약점”이라면서도 “지하수를 빼내 터널을 만드는 나틈 공법의 한계가 나타났다는 점 등에서는 인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일동 땅꺼짐 발생 당시 상황 도식화. 국토교통부 제공
시공사는 터널 공사 시 기준치(100m)보다 촘촘하게 50m마다 지반 조사를 했지만, 면 아닌 점 단위로 이뤄지는 수직 시추 방식으로는 흙덩이의 존재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굴진면(땅을 파내는 지점의 표면) 측면 전개도 작성 의무 미준수와 지반 보강재 주입 공사 시방서 작성 미흡 등 시공 단계에서 문제도 적발됐으나 사고 원인과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사조위 제안을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도심지 비개착(땅을 파지 않고 지하에 시설물을 설치·보수하는 공법) 터널 공사의 지반 조사 기준을 신설하고,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 터널 공사 때 지반 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권고하는 등 터널공사 관련 지반 조사 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굴착공사로 인한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 예방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국토부는 누적 수위 저하량 관련 조치 요령을 현재 3단계에서 향후 5단계로 세분화해 관리하도록 지하안전평가서 표준 매뉴얼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한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에서는 배수를 하지 않는 TBM 공법 등의 시공을 권고할 예정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서울 강남 등에 다수 분포한 풍화토에서도 (땅꺼짐의 원인인) 불연속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면서 “도심지에서는 비배수공법이 타당하다는 사조위 제안에 공감해 향후 서울시 등 지자체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