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발표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일대. 경향신문 자료사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았다. 대기업 내부거래는 비상장사와 해외 계열사 등 공시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서도 집중됐다. 쿠팡의 내부 거래 비중도 1년 새 눈에 띄게 상승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공개’를 보면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기업 92곳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3%였다.
내부거래는 비상장사와 해외 계열사에서 빈번히 이뤄졌다.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중은 21.7%로 상장사(7.4%) 보다 약 3배 높았다. 2020년 18.7%였던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21.7%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쿠팡의 내부거래 비중은 25.95로 전년보다 3.6%포인트 높아지며 대기업 92곳 중 반도홀딩스(7.1%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공정위 측은 쿠팡이 수직적인 계열사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22.6%로, 국내 계열사 간 거래 비중(12.3%)보다 1.83배 많았다. 특히, 총수 있는 집단 소속 국내 계열사의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25.3%로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11.8%)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 까다로운 공시 의무가 부과되지 않은 비상장사와 해외 계열사에 내부거래가 집중된 것이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전체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68.7%에 달했다. 특히 이들 기업 중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6.1%로, 전체 규제대상 회사 평균(11.3%)은 물론 총수 있는 기업집단 소속 규제대상 회사 평균(11.8%)보다 약 5%포인트 높았다.
최근 5년간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평균 내부거래 비중도 함께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이어졌다. 2024년 기준,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소속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0.9%였지만, 30% 이상은 14.5%, 50% 이상은 18.3%, 100%는 24.6%로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총수 2세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의 상관관계는 더욱 분명했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1%, 30% 이상은 20.8%, 50% 이상은 25.2%였다. 지분율이 100%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0.7%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균을 웃돌았다.
이처럼 총수 2세가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인 후, 가치가 높은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하게 되면 막대한 세 부담 없이 부를 세대 간에 이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정위도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승계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2조1529억원으로 전년(2조354억원) 보다 1175억원(5.8%) 증가했다. 연간 1000억원 이상 사용료가 발생하는 기업은 LG, SK, 한화, CJ, 포스코, 롯데, GS 등 7곳이었다. 이들 회사 거래금액 합계는 1조3433억원으로 전체 공시집단 유상거래 금액의 62.4%를 차지했다.
특히 총수 있는 대기업의 상표권 유상 거래 비율은 80.2%로 총수 없는 대기업(63.6%)보다 높았다. 상표권 수수료를 받는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평균 32.8%로, 이 중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는 절반을 넘었다.
공정위는 “상표권 거래가 총수 일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내부거래임을 시사한다”며 “상표권 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