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단일 클론 항체’ 개발에서 비인간 영장류를 활용한 독성 시험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FDA 홈페이지 갈무리
앞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원숭이 등 비인간 영장류를 활용한 시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제품 유형을 명시해 동물 시험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국제 의약품 규제 흐름을 주도하는 FDA가 동물 시험 대신 오가노이드(인간 유래 세포로 배양한 인공 장기) 등 대체 방식을 장려하면서, 국내 오가노이드 시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FDA는 2일(현지시간) 신약 안전성 검사에서 비인간 영장류 대상 장기 독성 시험을 줄이거나 없앨 방침이라며 특정 제품 유형을 공개했다. 해당 독성 시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하기 전에 사람과 유사한 영장류를 이용해 신약 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시험을 말한다.
FDA가 지목한 제품 유형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등 블록버스터(연간 매출 1조4000억원 이상) 신약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일 클론 항체’다. 단일 클론 항체는 인체에 침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항원)들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추출해 복제(클론화)한 항체를 말한다. 그동안은 단일 클론 항체 개발 과정에서 비인간 영장류를 대상으로 독성 등 부작용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였다.
FDA는 “단일 클론 항체 개발을 위해 비인간 영장류 100마리 이상이 사용되고 그때마다 마리당 5만달러(약 735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정작 독성 시험을 끝낸 제품들이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인체에서의 안전성과 효능 문제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비인간 영장류를 활용해 시험해도 결괏값이 인간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동물 시험 폐지는 당연한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FDA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점유한 미국 약품을 최종 심사하는 곳으로 전 세계 규제기관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고, 현재 시장에 출시된 항체의약품 다수가 단일 클론 항체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일 클론 항체라고 하면 사실 현재 바이오 약품 중에서 키트루다와 같은 중요한 의약품은 다 포함된다”며 “동물보다 오가노이드 시험이 정확도가 높고, 이후에 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도 하는데 굳이 동물 시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FDA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FDA도 이번 발표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 시험 등 새로운 접근 방법들을 장려했다.
이에 국내 오가노이드 산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발빠른 곳 중 하나는 JW중외제약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5월 이미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개발중인 탈모치료제 신약 물질에 대한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웅제약도 신약 개발을 위한 비임상단계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앞으로 과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규제기관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 과정에서 오가노이드 업체와 호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DA의 이번 지침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을 승인받았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