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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기습적으로 선포한 이후 한국 사회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빠졌다.

하지만 국가기록원·민주화운동사업회 등은 계엄 사태 관련 아카이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김씨는 "언론이 현장에서 기록한 사진과 영상이 있지만, 이는 '공적인 기록'이 아니다"라며 "시민이 역사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역사적 기록의 주인이 되려면 국가기관도 적극적으로 기록을 남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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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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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집하고 기록했습니다, 그날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

입력 2025.12.03 20:27

수정 2025.12.0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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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기록한 ‘1203 아카이브’

‘1203 아카이브’ 운영진 김태현씨(56·왼쪽부터)·이재윤씨(30)·박태선씨(37)·민현창씨(31)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1203 아카이브’ 운영진 김태현씨(56·왼쪽부터)·이재윤씨(30)·박태선씨(37)·민현창씨(31)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기습적으로 선포한 이후 한국 사회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빠졌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그리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숨가쁘게 벌어졌고 언론은 시시각각 이를 기록했다.

이처럼 ‘큰일’은 물론 시민들이 겪은 ‘작은 일’까지 모은 기록집이 있다. ‘1203 비상계엄 아카이브’(www.1203archive.kr)다. 지난해 12월3일을 기점으로 1년간 총 3787건이 모였다. 각자 직업이 다른 시민 아키비스트(기록자) 29명이 작업에 참여했다. 각종 사진을 비롯해 성명, 집회에 등장한 깃발, 시민들이 만든 ‘밈’, 시사 유튜브 영상 등이 포함됐다.

내란 순간부터 시민이 만든 밈까지
사진·성명서·유튜브 영상 등 수집
29명이 1년 동안 3787건 모아 정리
“국가기관도 계엄 기록 적극 남겨야”

이 기록집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기록과 정보·문화 연구모임’이 “내란 세력에 맞선 사람들의 다양한 기록을 모아 민주 사회의 역사적 지표로 삼겠다”며 만들었다. ‘1203 아카이브’를 총괄해온 김태현(56)·박태선(37)씨, 운영진 이재윤(30)·민현창(31)씨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이들은 “정의로운 일을 한 시민들의 ‘증거’를 남기는 일이었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한 시민들이 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03 비상계엄 아카이브’ 운영진 김태현·이재윤·박태선·민현창씨(왼쪽부터)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래는 1203 비상계엄 아카이브 웹사이트 페이지. 사진 크게보기

‘1203 비상계엄 아카이브’ 운영진 김태현·이재윤·박태선·민현창씨(왼쪽부터)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래는 1203 비상계엄 아카이브 웹사이트 페이지.

아카이브에는 고양이 유튜버, 뜨개질 유튜버, K팝 팬 유튜버가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고 올린 영상이 저장돼 있다. 김씨는 “일상적 콘텐츠를 다루던 유튜버의 일상이 ‘탄핵 집회’가 됐던 것”이라며 “정치를 정상화해야 일상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계엄설’이 돌던 지난해 12월6일 지하철 국회의사당역에서 시민들이 ‘국회를 지키겠다’며 밤을 새우는 모습도 있다. 이씨는 “아카이브를 돌이켜보면 비상계엄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한 시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을 때 12·3 당일 국회로 달려갔던 사람들이 댓글에 줄줄이 올린 경험담도 수집됐다. “강원도 횡성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여의도로 차를 몰고 갔다”거나 “통장 비밀번호와 ‘국회의사당에 다녀올게. 여보, 아침 출근 잘해’라는 메모를 남겨두고 청주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등이다. 박씨는 “시민 기록이 유독 많았던 것은 ‘모든 국민’이 피해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 활동 기록을 담당한 민씨는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시민단체를 향해 ‘박근혜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야 싸우냐’며 왜곡하는 목소리가 컸다”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기억하기 위한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박씨도 “시민의 행동을 기록하고, 역사적 지표로 삼겠다는 것 자체가 시민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회를 제외하곤 계엄 사태에 대한 기록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기관이 없었다며 아쉽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는 계엄군이 계엄 당일 깬 창문 등을 ‘미술품 수준’으로 현장 보존해 3일 공개했다. 계엄군이 두고 간 탄창도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민주화운동사업회 등은 계엄 사태 관련 아카이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김씨는 “시민이 역사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역사적 기록의 주인이 되려면 국가기관도 적극적으로 기록을 남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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