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회견서 외교·안보 문답
열띤 질문 경쟁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북·미 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12·3 불법계엄 전에 북한을 향해 적대행위를 벌인 것을 두고 사과하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한국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와 관련해 미국과 합작을 추진키로 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북·미 대화 조정자 역할 해야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미가) 언제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객관적 상황들을 최대한 조성해 나가겠다”며 “한·미 연합훈련 문제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런 문제들도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해줘야, 미국도 북한과 협상 또는 대화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해 북한이 문제 삼는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 및 축소 등을 카드로 활용한다면 이에 협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연계해 한·미 연합훈련 문제를 거론한 건 처음이다. 다만 훈련의 유예나 조정 등 구체적인 방식 대신 문제라고만 언급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고 여러 방법을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끊임없이 (북·미 대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고, 이게 근본적으로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북·미 대화 환경 조성‘조정자’역할 강조
윤 정부 ‘북 도발’사과 의사…우라늄 농축 ‘미국과 동업안’밝혀
남북이 주도권을 잡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게 옳지만, 북한이 남한과의 단절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는 미국에 기대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12·3 불법계엄 전에 북한을 향해 도발한 것에 대해 북한에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라는 취지의 질문에 “저는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자칫 잘못하면 종북몰이,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 차마 말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라늄 농축 5 대 5 합작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꼽았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장소를 묻는 말에 “계속 협의해봐야 한다”면서도 “우리로선 세계 최고의 조선 효율성을 가진 국내에서 하는 게 기간이 짧고 경제적,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바람직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국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와 관련해 지난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동업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서 30% 정도 수입한다고 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자체 생산하면 많이 남겠다. 동업하자’고 해서 5 대 5로 동업하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맡아서 해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미국이 블랙박스 형식으로 원심분리기 등 농축 설비를 한국에 제공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가능하다”며 “한국이 자체적으로 원심분리기 기술과 설비를 개발하는 것보다 시간이 단축될 수 있고, 기술 습득 효과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미국 정부 일각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유는 핵무장 우려 때문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몇 차례 강조했다.
중·일 갈등에 “한쪽 편 들면 갈등 격화”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을 언급하며 “제가 올해 중으로 방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시 주석이) ‘가능하면 그렇게 해보자’고 했다”라면서도 “그렇게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고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 협력할 의사도 재확인하면서 “셔틀외교는 계속해서 (할 것이고), 이번엔 제가 방문할 차례”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내년 초에 중국 및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중·일 대립을 두고는 “한쪽 편을 드는 건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도록 하고,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