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쟁조정도 잇달아…대통령 ‘징벌적 손배제’ 언급 영향 가능성
“통관번호 등 고도화된 보이스피싱 이용 고려 땐 배상액 늘어날 수도”
탈탈 털린 내 정보, 제대로 보상해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이 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조정신청을 내는 등 다양한 보상 요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간 법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대체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변호사나 법무법인에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이용자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1만명에 달한다. 김경호 변호사가 대리하는 소송 참여자는 1만명이 넘었고, 법률사무소 번화에 3000여명, 법무법인 지향에 2500여명, 법무법인 청에 1500여명이 모였다. 1인당 손해배상 청구액은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최근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해온 위자료는 1인당 10만원 선이다. 개인정보 1억400만건이 유출된 2014년 신용카드 3사(국민·농협·롯데) 사태, 지난해 발생한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에서 위자료 10만원이 인정됐다. 법무법인 성공보수 등을 제하면 소송 참가자가 실제 받는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배상액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유출 사실이 확인된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주문 내역 등에 더해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가 관건이다. 정보기술(IT) 전문 이철우 변호사는 “공동현관 출입번호나 주문 내역 등을 보면 가구 형태까지 유추할 수 있고, 개인통관고유부호 같은 경우에도 고도화된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가능성 등이 고려되면 배상액이 증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관리 책임 소홀 등 중과실 정도와 적극적인 보호 조치 노력 여부도 고려 대상이 된다.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특정 직원의 소행이 맞다면 직원들이 최소한의 범위로 권한을 갖도록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6개월간 유출 사실을 몰랐다는 것 등 위법의 정도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도 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범죄가 이번 사태로 인한 것인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현실화 주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했지만 현실에서 적용된 적은 없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징벌적 손배제를 갑작스럽게 과도하게 적용하면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균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최소 2~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로 눈을 돌리는 이용자들도 있다. 법무법인 지향은 전날 이용자 30여명을 대리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이철우 변호사는 이날 이용자 50여명을 대리해 한국소비자원에 조정신청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이용자들을 모집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