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연구용역 발표’ 앞두고
총장 “2029년부터 시행” 공식화
동덕여대 민주동문회가 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관련 공론화 과정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앞서 이날 동덕여대는 입장문을 통해 2029년 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이 3일 “2029년부터 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학생회가 공학 전환과 관련한 학생 총투표를 진행하는 중에 김 총장이 발표를 강행하며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입장문에서 “공론화위의 권고 결과를 존중해 수용하고자 한다”며 “이행 시점을 현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으로 계획해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자대학으로서의 학업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는 전날 김 총장에게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했다. 공론화위는 숙의조사를 한 결과 공학 전환 찬성 의견이 75.8%, 여대 유지 12.5%, 유보 의견이 11.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반발했다. 3학년 A씨는 “과거 공학 전환 얘기가 나왔을 때도 학교는 그저 ‘논의 중’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결정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현 재학생들이 2029년에 모두 졸업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학생들은 공론화위의 구성과 방식이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론화위 숙의조사·타운홀미팅·온라인설문 등 모든 조사에서 학생·교원·직원·동문의 참여 비율은 1 대 1 대 1 대 1로 동일했다. 재학생이 7000여명인 반면 직원·교원은 300명 남짓인데, 같은 비율을 적용한 것은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실시한 학생총회에 2000여명이 참여해 99%가 공학 전환 반대를 결의했지만 학교는 이를 ‘정상 절차가 아니다’라고 묵살했다”며 “공론화위의 모든 과정이 보여주기식이었다”고 비판했다.
동덕여대 민주동문회도 공론화위의 공론화 과정이 “정해놓은 결과를 합리화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고 했다. 졸업생 문모씨는 “학교·재단과 뜻을 같이하는 단위들이 다수인 구조에서 교수나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고 했다.
공학 전환 찬성 측은 재정난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학생과 동문들은 학교의 적립금이 약 2060억원으로 전국 사립대 중 20위권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졸업생 김강리씨는 “총장의 기습적인 공학 승인 발표는 동덕에 ‘제2의 계엄’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6일부터 사설경비업체를 투입해 본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란은 지난해 11월 학교 측이 학생들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채 공학 전환을 추진하려 해 학생들이 학교본관과 100주년기념관 등을 점거하는 시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학생들은 건물 곳곳에 “공학 결사반대” 등 문구를 래커로 칠하는 식으로 항의에 나섰고 대거 학교와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하며 공학 반대를 외쳤다. 학교는 재물손괴·업무방해 등 혐의로 학생들을 형사고소했다. 학생 22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