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삼성전자 지분, 부채 아닌 자본 계상 땐 ‘신의 원칙’ 위반 소지
내년 초 유배당 계약자들 ‘보험료 투자 수익 배분’ 소송 본격화 전망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회계처리 논란과 관련해 그간 예외를 인정했던 ‘일탈회계’ 중단을 결정하면서 내년 초 유배당 계약자들이 배당금 지급 소송 등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손해배상 소송 등을 대리했던 김광중 변호사는 3일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과 관련해 그간 ‘소송을 하게 되면 참여할 테니 알려달라’고 한 분들이 있었다”며 “내년 3월에 나오는 삼성의 사업보고서를 본 뒤 이제 (소송을) 해보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을 8.51% 사들였다. 유배당 보험이란 보험사가 보험료로 운용한 투자 수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국제회계기준(IFRS17)상 유배당 계약자 몫은 ‘보험계약 부채’로 인식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를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처리하도록 금감원에서 2022년 말 예외를 인정받는 일탈회계로 논란이 됐다. 한국회계기준원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생명이 일탈회계를 통해 유배당 계약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국제회계기준을 위반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지의 이점을 얻는다고 비판했다. 결국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생명이 일탈회계를 중단하고, 내년 3월 나올 올해 결산분 사업보고서 등에 적용토록 했다.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이 향후 유배당 계약자 몫을 보험계약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법조계는 유배당 계약자 몫을 자본으로 분류하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본다. 계약 당시의 ‘신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이익을 실현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해될 수 있어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시장가치만 약 50조원에 달해 매각하면 큰 양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2010년 유배당 계약자 2802명이 낸 배당금 청구 소송 당시 계약자들은 삼성생명이 평가이익 배당을 유보한 채 상장을 강행,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향후 투자자산(삼성전자 지분)이 처분돼 이익이 실현되면 배당을 받을 수 있기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생명은 당시까지는 ‘주식을 안 팔겠다’고 명확하게 하지 않았는데, 이제 안 팔겠다는 것을 선언한다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논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유배당 계약 몫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하는 게 곧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주식처럼 시가 변동이 큰 자산은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세울 수 없어 회계상 자본 항목으로 놓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