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미·중·EU 등에 기술·경제적 경쟁력 모두 뒤처져”
인재 유출·소부장 수입 의존·첨단 기술 경향 지체 ‘3중고’ 지적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첨단 바이오산업이 단지 미래 먹거리가 아닌 ‘국가 안보 핵심 자산’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한국의 수준은 주요 7개국 중 최하위였다.
첨단 바이오산업은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유전 물질 등을 원료로 질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거나 인체를 재생·회복시키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다.
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신흥 안보 관점에서의 한국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 진단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 종합점수는 10점 만점에 4.81점이었다. 이는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미국(9.61점)이나 2위 중국(7.67점), 3위 유럽연합(7.45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첨단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기술적 경쟁력’과 ‘경제적 경쟁력’으로 나눠 분석했다. 한국은 두 부문 모두에서 최하위였다.
특히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는 경제적 경쟁력이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개발(R&D) 성과를 실제 시장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 역량과 산업 기반이 매우 약했다.
일례로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46개 제품의 제조사 50개 중 39개가 미국 기업이었고, 한국은 1곳도 없었다.
정부의 지원 의지도 다른 국가보다 미흡했다. 2018년 이후 국가별 제약·바이오산업 보조금 정책 건수를 분석한 결과, 1위인 중국은 721건이었지만 한국은 10건에 그쳤다.
보고서는 “정부의 수많은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경쟁국보다 실질적인 재정 지원 규모와 정책적 실효성이 매우 미흡한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인재 유출,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 첨단 기술 경향 지체라는 ‘3중고’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인재 유출의 경우 전 세계 첨단 바이오 박사급 핵심 연구인력의 44%가 미국에 고용됐고, 한국 내 취업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핵심 소·부·장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세포 치료제 완제품은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다.
기술 개발의 방향성도 세계 경향과 괴리를 보였다.
해외 임상시험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접목된 ‘유전자 치료제’나 ‘유전자 변형 세포 치료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포 치료제’ 임상 비중이 68.9%에 달해 미래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은 3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부·장의 경우 성급한 국산화보다 미국·유럽연합 등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을 위해 인재 양성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흥 안보의 관점에서 인력·기업·장비 등 산업 전반의 기반이 부족한 현재의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가장 취약한 고리부터 보강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