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행복대상 통합·포용부문상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 대표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카페 ‘히즈빈스’에서 정신장애인의 직업 재활, 사회통합 등과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전국에 38개 매장을 둔 ‘히즈빈스’는 게이샤 원두로 내린 향긋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매니저를 제외한 바리스타들이 모두 정신장애 등이 있는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7개 직영점을 제외한 나머지 매장이 롯데·두산 등 기업들의 사내 카페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도 독특하다.
히즈빈스는 18년차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이 운영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 히즈빈스 서울숲점에서 만난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41)는 “모든 장애인들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꿈꾼다”며 “그러기 위해선 일터와 기업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대학 시절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에서 봉사하면서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삶에 주목하게 됐다.
“그분들은 인간답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어요. 월급 받아 어머니께 내복 선물하고, 연애·결혼도 하고 싶다고요. 장애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게 아니었어요. 주변의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너무 컸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거죠.”
임 대표는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2008년 학생 신분으로 향기내는사람들을 창업하고 이듬해 모교인 한동대 도서관에 히즈빈스 1호점을 열었다. 6번째 매장까지 직영했지만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임 대표는 “결국 기업들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8개 ‘히즈빈스’ 대부분 사내 카페
매니저 외 바리스타 모두 장애인
“그분들은 인간답게 사는 게 소원
편견 때문에 밖으로 못 나올 뿐
더 많은 기업들 문 활짝 열어주길”
지난해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3.03%, 상시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군의 고용률은 2.97%로 법적 의무고용률(3.1%)에 못 미쳤다.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해 납부한 고용부담금도 7000억원이 넘었다.
‘자문 운영점’이라 부르는 사내 카페 모델은 2013년 포항의 한 종합병원에서 처음 도입한 뒤 확산했다. 기업·기관이 장애인 바리스타를 직접고용하고 향기내는사람들이 매니저를 파견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채용부터 교육, 인사 관리 등을 향기내는사람들이 담당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내는 대신 사내 카페로 사회적 책임과 직원 복지를 해결하고, 장애인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되니 서로 좋은 거죠. 바리스타 선생님들이 일하면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 일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장애인을 중심으로 150명가량의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각 기업에 소속돼 커피를 내리고 있다.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 비율이 90%를 넘고, 10년 넘게 일한 ‘장기근속자’도 있다.
현장 매니저와 본사 담당자, 사회복지사 등 7명이 장애인 직원이 겪는 문제에 대처하는 ‘다각적 지지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지난해 66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임 대표는 이 같은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행복대상 통합·포용부문상을 수상했다. 편견 없는 고용문화를 확산하고 자립적인 사회적기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일하고 싶어서 기다리는 장애인 분들이 너무도 많아요.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이들에게 문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