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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의 물리학

입력 2025.12.03 22:10

수정 2025.12.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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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추운 겨울의 물리학

추운 겨울 두툼한 외투를 입고 길을 나선다. 입에서는 흰 입김이 나오고 언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언 손은 마주 비벼 녹이고 버스를 기다리며 몸을 웅크린다. 우리 모두 겨울날 자주 겪는 일이다. 이런 일상의 경험에도 속속들이 물리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 여름에 안 보이는 입김이 겨울에는 보이는 이유, 겨울옷이 두꺼운 이유, 손을 마주 비비면 잠깐 손을 녹일 수 있는 이유,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 모두 물리학이다. 작은 것의 물리학이 우리의 겨울 일상을 만들어 낸다.

시린 손으로 뜨거운 커피 컵을 감싸면 컵 표면의 빠른 분자가 내 손의 느린 분자와 충돌한다. 컵의 분자는 느려지고 손의 분자는 빨라져 분자들의 운동에너지가 컵에서 손으로 전달된다. 분자의 마구잡이 열운동이 활발할수록 온도가 높아서 컵은 점점 식고 손은 점점 따뜻해진다. 손을 컵에 딱 붙이지 않으면 손이 그리 따뜻해지지 않는다. 손과 컵 사이 공기가 열전달을 막는 부도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겨울 한기를 버티는 것을 돕는 것은 옷이 아니라 그 안 공기다. 겨울옷이 여름옷보다 두툼한 것도 똑같다. 옷 안 두툼한 공기층이 열이 방출되는 것을 잘 막아주기 때문이다.

겨울철 몸을 웅크리는 것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몸 안에서 생성된 열에너지는 몸과 바깥이 맞닿는 접촉면을 통해 방출된다. 열의 방출을 줄이려면 몸과 주변 공기가 맞닿는 면적을 줄이면 된다. 팔도 상체에 붙이고 손가락도 오므리고 더 추우면 상체를 숙여 무릎을 꼭 껴안으면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웅크리는 이유다.

액체인 물이나 기체인 수증기나 똑같은 물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속 물 분자는 움찔움찔 마구잡이 열운동을 하고 있다. 온도가 오르면 열운동이 활발해져서 분자 사이 거리가 늘어나고 둘 사이 전기적인 인력이 줄어든다. 결국 온도가 충분히 오르면 일부 분자는 이웃 친구의 손길을 뿌리치고 공기 중으로 뛰쳐나간다.

온도가 충분히 오르면 물의 상태가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이유다. 온도가 높아서 기체 상태에 있던 입안의 물 분자는 밖으로 나가 찬 공기를 만나 온도가 낮아진다. 이제 물 분자들은 액체 상태를 선호해 작은 물방울로 맺힌다. 바로 겨울철 흰 입김이다. 흰 입김은 기체가 아니다. 액체 상태로 있는 여러 작은 물방울이다.

손바닥을 마주 비빌 때 일어나는 현상도 이해할 수 있다. 왼쪽 손바닥 표면 분자가 오른쪽 손바닥 표면 분자와 가까운 거리에 놓이면 둘 사이에는 서로 잡아당기는 전기적인 인력이 작용한다. 딱 붙인 손바닥을 옆으로 움직이면 왼손 분자가 오른손 분자를 잡아당긴다. 왼손 분자를 따라가던 오른손 분자는 어느 순간 따라가는 것을 포기한다. 같은 오른손에 있는 이웃한 다른 분자가 잡아당기는 인력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생기는 일은 용수철을 닮았다. 처음 위치에서 벗어난 오른손 분자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면서 속도가 늘어나고 결국 제자리에서 진동하게 된다. 손바닥을 마주하고 비비면 분자의 열운동이 활발해진다. 마주 비빈 손바닥이 따뜻해진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독특한 물의 특성으로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설명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 올라서면 큰 압력이 얼음에 작용한다. 누르는 힘이 크니 얼음은 부피를 줄이려 하는데, 얼음이 부피를 줄이는 방법은 녹아서 물이 되는 것이다. 0도보다 조금 낮은 온도에서 양쪽에 무거운 추를 매단 실을 얼음 위에 걸쳐 놓으면 실의 압력으로 얼음이 녹으면서 실이 얼음 안으로 점점 파고들어가는 실험은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영하 30도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것을 압력에 의한 물의 녹는점 내림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스케이트 날이 작용하는 압력으로는 영하 30도의 얼음이 녹을 수 없다는 것이 잘 알려졌다. 아주 낮은 온도에도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얼음 윗면에 수평 방향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얇은 유동층이 있기 때문이다. 압력으로 얼음이 녹아 얼음이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얼음 윗부분에 미끄러질 수 있는 얼음의 유동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코끝 쨍한 겨울날 흰 입김을 불며 작은 것들이 설명하는 눈에 보이는 큰 일상을 생각한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니 작은 것의 물리학이 우리처럼 커다란 생명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작은 분자들이 드러내는 세상 모습이 경이롭다. 알고 보면 더욱.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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