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6일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서 쓰레기가 직매립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유예냐 강행이냐를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가 결국 속 시원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예정대로 내년도 시행을 확정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신규 매립지나 소각장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한 달 안에 기존 수도권매립지로 보내던 쓰레기를 처리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민간 처리시설에 기댈 경우 공공소각장 증설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4개 기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하에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내년 1월1일부터 예정대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인천과 김포에 걸친 수도권매립지를 올해까지만 연장 사용하기로 한 2015년 6월의 4자 협의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직매립은 쓰레기를 봉투째 땅에 묻는 것을 의미한다. 직매립이 금지되면 소각이나 재활용 선별 등 ‘처리’를 거친 소각재, 잔재물 등만 매립할 수 있게 된다.
3개 시도는 그간 관내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공공소각장에서 소각하고, 처리 용량을 뛰어넘는 물량은 수도권매립지나 민간 처리시설에 맡겨 왔다. 3개 시도가 지난해 수도권매립지에 보낸 생활폐기물양은 총 51만6776t이다. 하루 평균 약 1416t으로, 옮기는 데 5t트럭 283대가 필요하다. 지난해 서울이 20만8444t(40.3%)을, 인천이 7만2929t(14.1%)를, 경기가 23만5403t(45.6%)를 수도권매립지에 반출했다.
각 지자체는 매립지로 보내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공공소각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증설이 어렵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 논의가 본격화된 2021년 이후 3개 시도는 공공소각장을 단 하나도 세우지 못했다.
수도권매립지에서 소화하던 물량 대부분은 당분간 민간소각장, 재활용업체 등 민간 처리시설에서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3개 시도는 2020년 ‘수도권 매립지 반입총량제’가 시행된 이후 매립지에 보내는 폐기물량을 줄이기 위해 민간 위탁량을 늘려왔다. 직매립 금지로 이런 흐름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폐기물을 최대한 발생지 내에서 처리한다는 ‘발생지 책임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오히려 더 먼 지역으로 서울의 쓰레기를 반출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인천과 경기도는 지역 내 민간소각장, 재활용업체가 있어 어느 정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서울시에는 민간 처리시설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공 소각용량 확충이 당장은 어렵기에 당분간 관외 민간 처리시설의 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도권과 가깝고 민간 처리시설이 많은 충청권에서부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충북은 이미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이제 수도권 생활폐기물까지 충북지역으로 떠넘기겠다는 발상이 개탄스럽다”며 “수도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역으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기후부와 서울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쓰레기 민간 위탁이 장기화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민간 처리시설로 종량제 봉투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주민들은 ‘민간으로 보내면 되지 왜 우리 지역에 공공소각장을 짓냐’고 반응할 수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시작한 민간 위탁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직매립 금지가 폐기물 소각 증대로만 이어질 경우 탄소를 감축하는 국가 목표와도 상충한다”며 “소각과 매립의 절대량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공공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폐기물 직매립을 탄소 감축과 자원 순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각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공 중심, 재사용·재활용 중심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쓰레기 대란’만은 막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부는 재난이 발생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는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직매립 금지 예외 적용 기준을 연내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