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했던 ‘서울 시청역 교차로 차량 돌진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6월30일 당시 사고 현장인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8길에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도심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 운전자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모씨(69)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용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다.
차씨는 지난해 7월1일 오후 9시26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근처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와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와 차량 두 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차씨 차량의 최고속도는 시속 100㎞가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차씨에게 금고 7년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급발진에서 나타난 여러 특징적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해해 밟는 등 의무를 위반해 가속, 제동 등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서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각각의 피해자에 대한 사고를 별개의 범죄로 보고, 실체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법정 상한인 7년6개월(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인 금고 5년에 2분의1 가중)을 선고했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개의 행위로 인해 여러 개의 죄가 성립했을 때 각각의 죄에 대한 형량을 선고한 뒤 이를 합산해 처벌하는 것이다.
2심은 지난 8월 금고 5년으로 형량을 줄여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씨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봤다.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다. 실질상 여러 죄이지만 형을 부과할 때는 하나의 죄(일죄)이므로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따라서 금고 5년이 상한이 된다.
차씨 측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줄곧 급발진을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잘못) 밟은 과실이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했기에 구성요건이 단일하고, 각 피해는 동일한 행위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라며 “각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일부 유족에게 지급된 돈만으로는 피해가 온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엄중하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사고는 사회 관념상 하나의 운전 행위로 인한 것으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죄의 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