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동아태국 선임 부차관보 포럼에서 밝혀
주한 미국대사대리 및 미 해군총장도 유사 발언
한국 정부 “특정 국가 대상으로 하는 것 아냐”
2023년 2월23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 당국자가 3일(현지시간) 한국이 향후 도입할 핵추진 잠수함(핵잠)이 중국 위협 대응을 상정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 관료들이 한국의 핵잠이 대중국 견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한·미 간 핵잠 도입 논의 과정에서 대중국 위협 인식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나단 프리츠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선임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지지한 것을 두고 “이는 역내 위협들에 대항할 우리의 집단적 역량을 진전시키는 양자 협력의 명백한 사례”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리츠 부차관보가 언급한 ‘역내 위협들’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세력 확장을 도모하는 중국의 움직임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핵잠이 한·미 동맹 차원에서 대중국 견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달 20일 한국의 핵잠이 대중국 대응 목적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도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운용은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대응하여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으로 한·미가 핵잠에 들어갈 연료 공급 등 문제를 논의할 때 중국 관련 문제가 쟁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자신을 겨냥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앞서 주한 중국대사관은 케빈 김 대사대리 등 발언을 두고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17일 현지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잠수함을 제공하는 것이 소위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수레바퀴에 한국을 더 단단히 묶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 같은 역학 관계는 한국을 국익과 무관한 갈등으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