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관계자와 피해자들이 4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책위 제공
개인회생 제도가 전세사기 가해자의 면책수단으로 악용(경향신문 8월15일자 12면 보도)되는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제도 개선을 재차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4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엄정수사와 전세보증금 채권 비면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위에 따르면, 최근 대구 동구에서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등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 동구지역 전세사기 사례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집주인 소유의 다가구주택에 임차권을 설정한 뒤 경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이후 법원이 회생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경매 절차가 중단됐다.
임차인들은 개인회생 과정에서 채권자가 되고, 법원이 인정한 변제범위 내에서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돼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빚을 성실히 갚는 것을 전제로 법원이 채무액을 일부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집주인이 이 제도를 악용해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식으로 활용된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실제 한 임대인은 여러 건의 고의적 채무를 만들고 건물을 포기한 뒤 개인회생을 준비했고,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신규 임차인을 통해 보증금을 편취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개인회생·파산 제도에서는 국세 및 과태료 등은 비면책 채권으로 납부의무가 남거나 회생 계획에 따라 일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하도록 돼 있다.
법원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반환할 가해자의 의무를 면책처리하면,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가 없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건에 대해서도 비면책 채권으로 간주되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 수사 역시 피해자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동구 율하동·효목동 전세사기 사건은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 재수사가 진행되거나 이의신청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대책위측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경찰의 불송치, 이후 이의신청과 송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가해자의 기망행위를 제대로 드러내 ‘사기’임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수사시관이 해야할 일”이라면서 “피해자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료는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라고 밝혔다.
정태운 대구전세사기피해자모임 대표는 “임대인의 회생·파산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또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전세보증금 채권을 비면책채권으로 지정해 형사·민사 판결이 없어도 보증금이 탕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