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한국지엠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지엠지부 제공
한국지엠 내부에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사업장 철수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사측은 부인하는데 구성원들은 GM 철수를 ‘예고된 미래’로 보고 철수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3%대로 주저앉은 내수 시장 점유율은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내수와 수출을 합친 누적 판매량에서 한국지엠 내수 판매 비중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차(37.7%)와 기아(34.6%)는 접어두더라도 중견 3사로 불리며 나란히 경쟁하는 르노코리아(57.3%)나 KG모빌리티(37.5%)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향후 신차 출시 계획조차 없어 이대로 가다간 GM 한국사업장이 독자적 차량 생산 역량을 상실한 채 단순한 수출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GM 한국사업장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구스타보 콜로시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한국지엠대리점협의회와 한국지엠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 협의회 대표들을 만나 선을 그었지만, 철수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지엠지부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철수설을 넘어 지속가능한 한국지엠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공장 문을 닫고 철수해버린 인도와 태국 등 글로벌 GM의 과거 해외 공장 철수 사례가 재조명되면서 노조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안규백 위원장은 토론회 ‘현장 발언’에서 “2018년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자 공적자금 8100억원이 투입됐다”며 “그 대가로 한국사업장을 영위하겠다고 약속한 2028년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본 대책 마련을 미적거리다간 임박했을 때 또다시 GM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민규 한국지엠지부 자문위원도 “GM의 행보를 보면 한국사업장 철수는 정해진 방향이나 다름없다”며 “96%를 웃돌 정도로 미국 시장 일변도인 한국지엠의 수출 구조 다변화부터 중견 3사의 생산 및 판매 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한국지엠과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GM 본사와 협상에 나서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및 부평공장 유휴부지를 차례로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최근 이를 시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홍석범 노동연구원장은 “한국지엠은 누가 봐도 지금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를 알고도 정부나 지자체가 즉각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 기업의 ‘먹튀’ 행태를 그냥 두고 보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태현 자동차과장은 “정부 차원에서 국내 자동차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한국지엠도 노와 사 모두 지금 맞닥뜨린 엄청난 격변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한 걸음씩 양보해 최선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