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농식품 등 12개 협력각서 체결 등 경제 집중
중국 외교부장, 프랑스에 ‘대만 문제’ 지지 부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 프랑스는 다자주의 깃발을 높이 들고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급망의 모든 불안정성에 대처하자”고 화답하면서 양국 간 교역 활성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문제 협력 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중국과 프랑스는 협력 공간을 확대하고, 항공·우주·원자력 등 전통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며 녹색 경제와 디지털 경제, 바이오 의약, 인공지능, 신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프랑스 우수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고, 더 많은 프랑스 기업이 중국에 들어와 발전하는 것을 환영하며, 프랑스 측이 중국 기업에 공정한 환경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겨냥한 듯 “각국의 생산 및 공급망은 깊이 상호 연계돼 있고 개방 협력은 기회와 발전을 가져오지만 ‘디커플링(공급망 분리)과 공급망 단절’은 자기 폐쇄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산업 구조 조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국제 무역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은 파트너십의 위치를 견지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재건을 위해 1억달러(약 147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서방 주요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흐름을 주도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는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균형 잡힌 경제 거버넌스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신뢰 환경을 조성하고 공급망의 모든 불안정성에 대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에서 유럽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전쟁으로 피해를 본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힘을 모아야 한다”며 “많은 분야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불일치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다자주의를 위한 협력과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찾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유럽 직접 투자를 늘려달라고 부탁했으며 중국·유럽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도 당부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핵에너지, 농식품, 교육, 천연자원, 생태환경 등 분야의 12개 문서에 서명했다.
중·일이 대만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시기에 열린 이날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명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신화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는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전날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방중한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에게 “중국과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으로서 피로 얻은 승리의 성과를 수호해야 한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을 비판하고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 전에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인민대회당에서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위한 환영식을 열었다. 정오에는 양국 정상 부부가 인민대회당에서 환영 연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