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등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에서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말 화가 난다. 이번에야말로 쿠팡을 끊으려 했건만,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소셜미디어 약자로 ‘탈팡’, 즉 쿠팡 탈퇴는 PC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 앱에선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눌러 PC 버전을 선택한 뒤 ‘본인 인증’ ‘이용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 총 6단계 과정을 거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주관식으로 적어야 한다. 여기까지 왔어도, 다시 마우스를 위아래로 여러 번 이동하다, 페이지 맨 아래에 있는 ‘탈퇴’ 버튼을 찾아내야 끝이다. 이 정도면 미로찾기에 가깝다. 오죽하면 온갖 커뮤니티에서 ‘쿠팡 탈퇴’ 방법을 공유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까지 긴급 사실조사에 착수했을까.
업계 1위 쿠팡의 정보 유출은 국민들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계정 탈퇴가 잇따르고, 동종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갈팡’ 이용자도 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불매 선언을 하고, 집단소송도 본격화됐다.
급한 대로 사람들이 등록된 카드·계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지워도 찜찜함은 가시지 않는다.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배송이 공짠 줄 알았는데, 그 대가로 신상 정보와 생활 패턴까지 고스란히 내줬음을 실감하니 가슴이 철렁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쿠팡이 대체 불가능한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데다, 한국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이슈에 덜 민감해서라고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쿠팡의 ‘빨리빨리’ 덫에 걸려들었으니 JP모건 분석이 틀린 것도 아니다.
초대형 유출 사고에도 쿠팡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며 뻔뻔하게 굴고, 건건이 대처가 늦은 것도 그래서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을 이유로 사회적 논란이 터질 때마다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 소비자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러겠나.
쿠팡 응징을 벼르는 소리가 높다. 네이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 개설자는 “쿠팡이 무시하는 소비자들의 힘을 보여주자”고 했다. 쿠팡 없인 못살 것 같지만, 로켓배송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춘 다른 플랫폼도 얼마든지 있다. 이윤만 따지는 ‘유통 공룡’이 더 이상은 배짱을 못 부리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