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6일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서 쓰레기가 직매립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서울·경기·인천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소각한 뒤 땅에 묻어야 하는 ‘직매립 금지’ 제도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유예냐, 강행이냐를 두고 줄다리기하던 정부와 3개 시도가 예외적 규정을 두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원칙적’으로 직매립을 금지하되, 특정 상황에서는 직매립을 허용할 길을 터놓기로 한 것이 골자다.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 대책이라 하기엔 한계가 있다.
직매립 금지는 2021년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도입했다. 인천·김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폐기물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취지였다. 쓰레기를 묻더라도 태워서 묻도록 했다. 수도권은 2026년, 나머지 지역은 2030년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 담긴 예외적 허용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폐기물처리시설 가동 중지로 처리가 곤란한 경우, 생활폐기물의 처리가 곤란한 경우 등이다. 예외적 직매립 허용엔 ‘쓰레기 대란’이 불 보듯 뻔한 현실이 반영됐다. 시행 날짜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자원순환 정책을 뒤집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땅이 좁은 한국에선 대체 매립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공공소각장이 있어야 하지만 수도권은 주민 반발에 막혀 한 곳도 증설되지 않았다. 비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민간시설에만 의존하면, 공공소각장 건립은 더 요원해진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만 해도 ‘지역 쓰레기는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다른 지역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환경 정의에도 어긋난다. 주민 설득 실패 시엔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직매립 금지는 자원순환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사회적 합의였다. 이번엔 불가피했다곤 하나, 미리 대처하지 못한 당사자는 지자체다. 지자체·주민들 간 쓰레기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갈등 조정을 나 몰라라 했던 정부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대체 매립지 확보와 공공소각장 건립 지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근본적인 해법이자 최종 목표는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30년 된 쓰레기종량제가 한계가 있다면 종량제봉투 선별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온 나라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