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존재
케기 커루 지음 | 정세민 옮김
가지출판사 | 708쪽 | 3만8000원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더 바라는 걸까? 코뿔소, 강돌고래, 돼지발가락담치, 나그네비둘기 같은 생명체가 만들어지기까지 거의 40억년이 걸렸지만 사라지는 데는 채 몇십 년도 걸리지 않았다. … 지금 이 순간, 생명체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동물이야말로 핵심이다. 다양성과 풍요로움, 바로 여기에 동물 세계의 강점이 있다. 우리를 구원할 존재들은 이미 주변에 있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4만년 동안 지속됐지만, 최근 200년간 급격한 기술 발달로 인해 모든 생물권의 운명이 인간종의 손에 놓이게 됐다. <야생의 존재>는 ‘망가진 행성에서 우리의 집을 다시 그리기 위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는 책이다. 가장 작은 미생물부터 가장 거대한 생명체까지, 역사·문화·과학 그리고 수많은 실화를 통해 유대의 궤적을 되짚는다.
책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문제가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쓰였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환경·사회 문제의 대부분은 지구 문명사를 함께 이루어 온 사람과 동물의 어긋난 관계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2023년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상어, 늑대 등 9가지 주요 동물군이 매년 64억t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하는데,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필요한 탄소 흡수량에 맞먹는 수치라고 한다. 책은 경이로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무뎌진 사람들의 감각을 간절하게 깨운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동물’이라고, 위기에 처한 그들을 구하지 않고는 우리의 삶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지구가 더 이상 살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알다시피 화성이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다. 왜 이 행성은 고치지 못하는가? 수천억원을 굴리는 헤지펀드가 왜 꽃피는 헤지(생울타리) 하나 돌보지 못하는가?” 눈앞에 할 일부터 해야 한다는 비판이 온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