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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위협을 느낀 작가는 현재 알제리를 떠나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2005년 알제리에서 제정된 '국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은 내전 시기 국가기관과 무장세력의 범죄를 대거 면책하고, 공적 영역에서 언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

고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기억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국가는 알제리밖에 없다. 이는 내전에 이은 또 다른 '2차 폭력'"이라며 "망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문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지우려 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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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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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을 강요하는 국가에 기억으로 저항하다

입력 2025.12.04 20:14

수정 2025.12.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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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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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

카멜 다우드 지음 | 류재화 옮김

민음사 | 540쪽 | 2만원

[책과 삶]망각을 강요하는 국가에 기억으로 저항하다

“넌, 한 권의 책이야. 진짜 책.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한 자들만 모르는 알파벳이야.”

엄마는 딸 오브에게 이렇게 말한다. 알제리 내전의 끝자락인 1999년 12월부터 2000년 1월 사이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에서, 다섯 살이던 오브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자신 또한 목이 그어지는 비극을 겪는다.

살아남았지만 후두와 성대가 손상돼 목에 삽입한 튜브로 호흡하며 생활한다. 평소엔 스카프로 가리고 다니는 목의 상처를 오브는 자신의 ‘미소’ 혹은 ‘살인자가 내게 남긴 길쭉한 캘리그래피 서명’이라 부른다. 폭력의 역사를 몸에 담은 오브는 그렇게 비극의 현대사를 증명할 증거로 존재한다.

소설은 이제 스물여섯 살이 된 오브 그리고 그가 뱃속에 품고 있는 아이 ‘후리’를 주요 인물로 한다. 배경은 2018년의 알제리 오랑시다. 1부 ‘목소리’, 2부 ‘미궁’, 3부 ‘칼’,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 소설은 오브가 그의 뱃속 딸 후리에게 독백하듯 이야기하는 말들로 시작한다. 오브는 후리를 낙태할 생각이다. 내전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나라, 여성인권이 제한된 이슬람 국가에서의 생은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라 오브는 생각한다.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가시가 가득한 통로를 걷는 거야. 널 사랑으로 죽일 거야. 거대한 나무들이 있는 천국으로 널 사라지게 할게.” 그러나 잉태된 숨결을 사라지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민에 빠진 오브는 그의 비극이 태어난 학살의 땅으로 순례를 떠난다.

카멜 다우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자들이 <후리>를 통해 “‘고통 이후에도 삶은 존재하고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카멜 다우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자들이 <후리>를 통해 “‘고통 이후에도 삶은 존재하고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내전 상처 안고 사는 여성 주인공
몸이 곧 알제리 현대사 비극 증거

알제리 출신 첫 공쿠르상 수상자
헌법에 금지된 주제 언급 이유로
작가엔 영장 발부, 작품은‘판금’

알제리의 정치·사회적 역사를 담은 소설이다. 1962년 프랑스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알제리는 이후 군부 세력이 득세하며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세력이 부상하고 1991년 총선에서 이슬람구원전선이 승리하자 군부는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다. 이후 이슬람 종교 세력과 군부 사이의 극단적 대결이 시작된다. 정치화된 이슬람 세력도, 세속화된 군부 세력도 권력만 위할 뿐 민간인을 챙기지 않았다. 내전은 약 10년간 이어지며 약 2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다.

카멜 다우드는 <후리>를 통해 흔히 ‘검은 10년’이라 불리는 알제리 내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1970년 알제리 북서부의 모스타가넴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랑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후 알제리 일간지 ‘르 코티디앵 도랑’의 기자로 일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칼럼을 기고하며 유명해졌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으로 이슬람에서 ‘파트와’의 대상이 됐다. 파트와란 이슬람 학자가 이슬람법에 대해 내놓는 의견을 뜻하나, 최근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이에 대한 살해나 위협을 뜻하는 말이 됐다.

저자는 4일 열린 연세노벨위크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자들이 <후리>를 통해 “‘고통 이후에도 삶은 존재하고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가져갔으면 한다”며 “망자들은 우리에게 자신을 닮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망자들이 살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뫼르소, 살인사건>으로 공쿠르상 최우수신인상을 받았다. <후리>로 2024년 공쿠르상을 받았다. 알제리 출신 작가가 공쿠르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국제적인 영광을 얻게 한 작품이었으나 알제리에서는 헌법으로 언급이 금지된 전쟁을 다뤘다는 이유로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알제리 전역에서 그의 모든 책이 판매 금지되는 조치를 당했다. 위협을 느낀 작가는 현재 알제리를 떠나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2005년 알제리에서 제정된 ‘국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은 내전 시기 국가기관과 무장세력의 범죄를 대거 면책하고, 공적 영역에서 언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 고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기억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국가는 알제리밖에 없다. 이는 내전에 이은 또 다른 ‘2차 폭력’”이라며 “망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문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지우려 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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