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한 세계문학 읽기
이경준 지음
우연한지식 | 488쪽 | 2만2000원
고전의 뜻을 묻는 질문에 농반진반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두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 고전의 ‘웃픈’ 현실은 각 가정에서 더 명료해진다. 부모는 제대로 읽은 적 없으면서 자녀에게는 읽을 것을 강요하는 책.
이 책은 고전으로 꼽히는 세계 문학을 쉽게 해설하고 안내하는 책이다. 음악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아빠가 십대인 딸에게 편지로 들려주는 고전 이야기다. 이제껏 고전을 다룬 비슷한 형식의 책들은 종종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이 달리 느껴지는 것은 행간마다 스며 있는 아빠와 딸의 실체적이고 돈독한 관계 때문이다. 그저 좋은, 모호한 어른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딸과의 추억, 부녀가 함께 나누었던 에피소드 속에서 딸을 존중하고 취향을 물으며 자신의 의견도 드러내는 대화방식이 눈에 띈다. 아빠 입장에선 내보이기 싫을 법한 상처와 약점도 책 속의 주인공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두 부녀가 평소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지 느껴져 무척이나 부럽다.
독서가 붕괴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시대지만 인간의 감정과 고민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책에 다가가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자녀와의 대화에 고민하는 부모들이라면 희망적인 돌파구의 단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데미안> <허클베리핀> <아Q정전> 등 서른두 편의 작품을 실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본 중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판본을 소개하고 있어 실질적 독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사람들이 고전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편견은 따분하고 지루한 작품일 거라는 추측이란다. 잘못된 생각이지.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한 고전은 그 속성상 재미없을 수가 없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긴장 풀고 페이지를 넘겨도 좋아.” 뻔한 조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그래볼까?”하고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