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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시간의 형벌

입력 2025.12.04 22:03

수정 2025.12.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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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4시간입니다. 인간의 하루에 비하면 절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셈이죠. 이처럼 짧은 하루를 사는 기분을 아십니까? 하루 20시간의 형벌을 받아야 하고, 내일도 모레도 같은 형벌을 받는 일이 전부인 삶을요. 차라리 시간이 멈추어 버리기를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나에게 세상은 좁은 정사면체. 어떤 날에는 세상이 슬슬 기억나지 않습니다. 세상은 원래 숨 막히는 것이고, 몸은 원래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하루 아닌 하루를 견딥니다. 세상이라는 게 나 아닌 누군가가 존재하는 곳이 맞나요?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바람의 냄새를, 햇빛이 나뭇잎 위에 떨어지던 각도를, 나를 마주 보고 코를 킁킁거리며 꼬리를 흔들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언젠가의 장면들을 되살려보려고 애씁니다.

여기는 좁디좁은 켄넬 안, 나는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최대 3~4시간 이상 가두어두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데 우리에게는 그 법이 찾아와주질 않는군요.

하루 20시간. 하루가 되지 못하는, 하루로 셈할 수 없는 가혹하고 끔찍한 시간을 견디며 내가 왜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묻습니다. 카라의 운영진은 우리가 해외 입양을 위한 장시간의 비행기 이동을 위해 사회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변명했어요. 하루 네 차례의 훈련과 산책이 있다는 거짓말도요. 40여마리의 개들에게 허락된 담당 활동가는 고작 한두 명뿐이었잖아요? 켄넬에 가두어놓은 감금이, 억압이, 폭력이, 무책임과 방만이, 사회화 교육이라고요?

지금 카라 운영진에게 아름품은 개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아닌 그저 40억원대로 치솟은 돈이고 숫자일 뿐이겠죠. 아름품이 다시 우리 동물들의 것이기를, 구조된 개들의 것이기를 희망합니다. 나를 보세요. 슬픔에 짓눌린 얼굴을요. 상처 난 피부를요. 머리를 돌리지도, 관절을 펴지도 못한 채 굳어져 가는 몸을요. 나는 움직일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꼬리를 흔들 수도, 느긋해질 수도, 기뻐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삶을 정지당했다고요!

위탁소에 있는 친구들은 어떻고요. 한때 개농장이었던 좁은 감옥에 갇힌 채 고통받는 개들의 정형행동이 우리들의 비사회성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어요. 비록 켄넬 안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삶을 살지만 이 죽음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는 밝혀야겠습니다. 개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개들의 것을 빼앗아 더 큰 것을 누리는 당신들의 욕심 때문이잖아요!

내가 생각나 괴롭지는 않던가요? 나는 언젠가 당신이 구조한 개, 누리입니다. 보레입니다. 듀크입니다. 구조된 개, 그 이후에 다시 당신이 감금한 개입니다. 푸코는 ‘자유란 타인에게서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죠. 그렇게 지금 당신은 마음껏 자유롭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어요. 빼앗긴 것이 하늘이고 땅일 때는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다른 존재의 자유를 빼앗아 당신의 자유를 늘리는 일을 변명하는 그 뻔뻔한 거짓말만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이 내게서 빼앗아 간, 24시간짜리의 온전한 하루를 되돌려주십시오.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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