묏동-풍경의 이름으로. 2004 ⓒ김지연
마지막까지 ‘미술’이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그녀. 김건희라는 인물은 주가 조작, 부동산 투기, 허위 경력 논란 등 숱한 의혹을 넘어 대통령 부인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행보는 이미 상식의 경계를 벗어나 있었다. 코바나컨텐츠를 세우고 세계적 작가들의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하던 시점부터 모든 것이 수상했다. 작품 한 점 가격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데, 소규모 회사가 그런 전시를 독자적으로 치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재벌급 후원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과 권력을 움직이는 데 능했던 그는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전시를 열고, 돌아서는 부동산 투기를 하고, 결국 대통령 부인이 된 뒤에는 공천과 정치판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나라의 정치가 그의 의중에 따라 좌우된 것이라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
우리가 ‘악인’을 상상할 때 흔히 사기꾼이나 폭력 치사범을 떠올린다. 그러나 김건희의 행위는 그보다 깊은 차원의 문제를 드러낸다.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문화·상징 체계를 사적으로 유린했다. 종묘에서 차를 마시고, 근정전 용상에 앉고, 명성황후의 침실에 머물렀으며, 국립박물관 수장고를 제집 창고처럼 드나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궁궐 유적과 왕실 공예품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윤형근·김창열 등 거장들의 작품 95점을 빌려 가 개인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그는 “추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왜 고상함의 포장이 필요했을까?
재벌가 사모님이 개인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사적 취향이자 일종의 사회적 환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작가가, 어떤 기획자가 주가 조작과 부동산 투기를 병행하며 예술에 심취한다는 말인가. 내가 아는 작가들은 생계를 위해 택배 일을 하고, 어떤 이는 아파트 경비 일을 하며 추상화를 그린다. 그들에게 예술은 명예의 치장물이 아니라 삶 자체이자 유일한 선택이다.
그녀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아예 인간적인 연민이 들 때가 있다. 허영과 망상의 굴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운명에서 돈과 권력, 그리고 미술이라는 장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때 그가 대통령 부인이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나라와 그뿐 아니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