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우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12월 1일)
12·3 불법계엄 1년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인 된 응원봉이 불을 밝히고 있다. 불법계엄 이후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을 파면하고 법정에 세웠지만 내란 세력 청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어둠은 걷히지 않았고 응원봉의 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한수빈 기자
2024년 12월3일 밤 10시27분, ‘비상계엄’이 선포됐습니다. 국회로 총을 든 군인들이 들이닥쳤고 민주주의가 멈췄습니다. 그 밤에 시민들은 깨어났습니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섰습니다. 멈췄던 민주주의를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이 되살렸습니다. 그날 이후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구속과 헌재의 파면 결정, 조기 대선과 이재명 정부 출범이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12·3 불법계엄 후 1년이 지났습니다.
12월1일자 1면 사진은 불법계엄의 현장이자,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되살린 공간인 국회의 야경입니다. 불법계엄 이후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을 파면하고 법정에 세웠지만 내란의 청산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이 된 응원봉 빛을 끌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매년 12월이 되면 그날 밤의 불법계엄을 떠올리며 아찔할 것이고,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떠올리며 안도할 것입니다.
■ “국회 통제해서 죄송합니다” (12월 2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는 등 위헌적 계엄에 동원돼 활동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도 약속했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일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 앞서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유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은 국회 주변에서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했다. 당시 행위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일상을 위협한 위헌, 위법한 행위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자유와 사회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동원돼 국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며 “묵묵히 국민 곁을 지켜온 현장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됐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2일 1면 사진은 유 대행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입니다. 경찰의 첫 공식 사과입니다. 내란의 밤에 경찰은 국민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의 국회 통제 등을 지시받고, 친위 쿠데타에 가담했었지요.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사과하는 데 1년씩이나 걸려야 했나 싶습니다.
■ 끝내 ‘반성’은 없다...‘계엄 해제 표결 방해’ 추경호 응원하는 국민의힘 (12월 3일)
12·3 불법계엄 1년을 하루 앞둔 2일 ‘계엄 해제 국회 표결 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2일 열렸습니다. 추 의원은 ‘혐의를 어떻게 소명할 것인지’ ‘계엄을 언제부터 알았는지’ 등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찾은 의원 및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추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국회가 군에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그 자체로 범죄의 중대성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3일자 1면 사진은 추경호 의원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장면입니다. 그는 기자의 질문을 외면한 채 자신을 응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불법계엄 1년 되는 날 지면이라 어떻게 사진을 써야 하나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하다가, 결국 이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를 받는 당시 원내대표의 구속 심사에 도열해 응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에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문장이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 다시 밝힌 빛 (12월 4일)
12·3 불법계엄 1년인 3일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은 3일 이재명 대통령은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불법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점은 세계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통합이 봉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악행을 용납하는 것도 통합이 아니다”며 “내란 사태는 진행 중이며, 최대한 빨리 엄중하게 명징하게 정리되고 끝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1면 사진은 불법계엄 1년을 맞아 국회 앞에 다시 모인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이날 국회의사당역 앞에서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이 열렸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1년 전 국회 앞에서 계엄군을 막은 시민의 힘을 기억하고 ‘내란’의 잔해를 넘어 사회 개혁을 이뤄내자고 외쳤습니다. 이날 체감온도가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국회 앞은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 서울 첫눈부터 폭설 (12월 5일)
시민들이 4일 저녁 쏟아지는 눈발을 헤치며 서울 세종로 사거리 일대를 지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첫눈이 요란하게 쏟아졌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내륙 일부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령됐고, 극심한 퇴근길 교통정체가 빚어졌습니다. 거세게 눈이 내리면서 서울과 경기 곳곳에 시간당 5㎝ 이상 눈이 내려 교통에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는 내용의 ‘대설 재난문자’가 발송됐습니다. 기상청은 이달 1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대설 재난문자를 이날 처음 발송했습니다. 대설 재난문자는 ‘1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5㎝ 이상일 때’와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20㎝ 이상이면서 동시에 1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3㎝일 때’ 발송됩니다.
1면 사진은 거센 눈발을 헤치며 퇴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모습입니다. 서울에 내린 첫눈이 폭설이었습니다. 첫눈인지라 퇴근길에 휴대폰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거칠게 내렸어도 첫눈이 주는 설렘이 있습니다. 눈 사진을 1면에 쓸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사진기자에겐 첫눈이거나 폭설이거나 그저 ‘사건’입니다. 당일에는 내리는 눈을, 다음날엔 쌓인 눈이나 빙판을 찍지요. 첫눈의 낭만을 잃은 지 오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