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5남매 오한현씨 집 주거환경개선사업
“감기 달고살던 아이들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충북도의 ‘다자녀 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새집을 갖게 된 옥천군 동이면 오한현씨(사진 뒷줄 오른쪽) 가족들 모습. 이삭 기자.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찬바람이 들어와서 걱정했는데 올 겨울은 아이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네요.”
3일 오후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서 만난 오한현씨(59)가 자신의 집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필리핀 출신의 아내 이연희씨(39)와 23살 장남부터 4살 막내까지, 이 집에는 총 7식구가 산다.
오씨는 옥천공고 재학 시절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입고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 3개를 잃었다. 발목 신경도 마비돼 거동이 불편하다.
그는 지난 1995년 불편한 몸으로 자신의 집을 직접 지었다. 2층으로 된 붉은 벽돌집이다. 1층은 오씨가 운영하는 오토바이 매장이 있고, 2층은 오씨 가족이 사는 공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집은 조금씩 낡아갔다. 나무로 된 유리창틀에 단열도 되지 않아 한겨울이면 집은 ‘냉골’이 됐다. 한 달에 60만 원에 달하는 기름 보일러를 틀어도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결로 탓에 아이들 방과 주방, 안방 등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폈다. 비가 오면 집안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아이들은 겨울마다 감기에 걸렸다. 오씨는 “아이 중 하나가 감기에 걸리면 온 가족이 감기를 앓아야 했다”며 “감기 때문에 겨울마다 병원에 가는 게 ‘일상’이었다”며 속상해했다.
충북도의 다자녀 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 전후의 옥천군 동이면 오한현씨의 집. 충북도 제공.
오씨 가족에게 새 일상이 찾아온 것은 충북도가 추진하는 ‘다자녀 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러브하우스)’ 덕분이다.
충북도는 충북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과 손잡고 사업비 5000만 원을 들여 지난 7월 오씨의 집을 리모델링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있어 답답했던 가벽을 철거했다. 나무 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데코타일을 깔았다. 낡은 나무 창틀은 단열에 뛰어난 이중창으로 시공됐다.
이웃들도 거들었다. 지역 이사업체와 봉사단체가 오씨 가정의 이사를 무료로 지원했다. 옥천지역 여러 기관·단체에서 가전제품을 비롯한 컴퓨터, 옷장, 침대 등을 기부했다.
오씨는 “영하의 추운날씨지만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집안이 훈훈하다”며 “주방도 넓어져 아내가 정말 좋아한다”고 웃었다.
아이들도 활기를 찾았다. 둘째 오현빈 군(동이초 6년·13)은 “지금은 강아지와 함께 넓어진 거실에서 달리기 시합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좋아했다.
충북도의 ‘다자녀 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새집을 갖게 된 옥천군 동이면 오한현씨의 아내 이연희씨가 아이들과 트리를 만들고 있다. 충북도 제공.
오씨의 ‘새 집’은 이제 최고의 자랑거리가 됐다. 넷째 오혜림 양(동이초 2년·9)은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하며 구경가고 싶다고 했다”며 “이젠 초대를 안 해도 친구들이 알아서 놀러 온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올해 옥천을 비롯해 괴산, 보은, 충주, 단양 등 도내 5개 시·군의 주거 취약 다자녀 가정 5곳을 선정해 지원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 사업에는 저출생·인구위기 극복 성금과 공동모금회·개발공사의 사회공헌활동 예산 등 한 가구당 5000만 원씩 총 2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김이선 충북도 인구정책팀 주무관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정리 정돈이 안 되거나 곰팡이가 피는 등 아동 건강을 위협하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내년에도 사회보장협의체, 이·통장협의회 추천을 받아 선정된 가정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