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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북한·러시아가 아닌 유럽을 향해 적대감을 쏟아낸 것을 두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외교협회는 "NSS가 시사하는 것처럼 좋은 유럽 동맹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트럼프 정부의 민족주의·보수주의 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라면, 이런 새로운 전략은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대서양 동맹의 종말을 뜻할 뿐만 아니라 반자유주의 동맹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중도파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에 복귀한 뒤 대서양 동맹이 완전히 단절될 만한 공개적인 갈등을 피해왔지만, 이번에 공개된 국가전략은 존재적 위협을 가하는 도전인 만큼 정면으로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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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동맹 ‘균열’ 못 박은 트럼프 2기 국가전략···갈림길 선 유럽, 애써 표정 관리

입력 2025.12.07 16:47

  • 김희진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유럽연합(EU) 국기 앞에 3D 프린트로 만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국기 앞에 3D 프린트로 만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북한·러시아가 아닌 유럽을 향해 적대감을 쏟아낸 것을 두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국가 전략에서까지 유럽 극우 정당을 추켜세우고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 재확립을 강조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애써 맞대응을 자제하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NSS는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경제 침체가 아니라 “문명의 소멸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라고 밝혔다. NSS는 ‘유럽의 위상 높이기’ 부문에 약 3쪽을 할애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초국가 기구의 정치적 자유 및 표현의 자유 훼손, 갈등을 초래하는 이민 정책, 출생률 감소 등이 맞물려 유럽이 국가 정체성을 잃는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현재 추세가 지속할 경우 일부 유럽 국가는 “신뢰할 만한 동맹국”으로 남을지 불확실하다고도 했다.

이는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독일의 주류 정당이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과 연립을 거부하는 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대뜸 유럽 민주주의에 훈계를 늘어놓아 유럽에 충격을 안긴 연설의 공식 확장판에 가깝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NSS는 “애국적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가 큰 낙관의 이유가 된다”며 “유럽 각국 내부에서 현재의 잘못된 흐름에 대한 저항을 북돋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목표는 “유럽이 현재 궤도를 바로잡도록 돕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NSS가 거론한 ‘애국적 유럽 정당’은 AfD, 영국개혁당 등 반이민·반EU를 내걸고 부상한 유럽의 극우 정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외교협회(CFR)는 “NSS가 시사하는 것처럼 좋은 유럽 동맹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트럼프 정부의 민족주의·보수주의 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라면, 이런 새로운 전략은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대서양 동맹의 종말을 뜻할 뿐만 아니라 반자유주의 동맹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중도파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에 복귀한 뒤 대서양 동맹이 완전히 단절될 만한 공개적인 갈등을 피해왔지만, 이번에 공개된 국가전략은 존재적 위협을 가하는 도전인 만큼 정면으로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NSS가 러시아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담지 않았다는 점도 외신들은 주목했다. NSS에는 오히려 “유럽의 대다수 시민은 평화를 원하지만, 일부 유럽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때문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핵심 국익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적대 행위를 신속하게 끝내고,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을 재확립하는 것” 등 내용이 적시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끊임없이 확장하는 동맹이라는 인식을 끝내는 것”도 우선 목표로 거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내용은 나토를 주축으로 한 대서양 동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질서와 방어를 도모하고, 대소련 공동 전선으로 기능해온 과거와 정반대인 행보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유럽과 나토의 동맹국으로서 러시아에 맞서는 게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을 완화하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티모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NSS에 담긴 미국의 안보 전략이 “러시아의 선전과 비슷하다”고도 지적했다. EU를 약화하고자 극우 정당을 지원하는 건 러시아의 오랜 전술이며, 현실감각 없는 정부 고위 인사들이 시민의 바람을 외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끌고 있다는 것도 러시아가 펼쳐온 주장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서두르는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주도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내용의 NSS는 미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불신을 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NSS에 대해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 EU에 대한 정면 공격”(브란도 베니페이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 등 불쾌감을 드러내다가도 대응 수위 조절에 나섰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6일 NSS와 관련해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동맹”이라며 확전을 자제하는 뜻을 밝혔다. ‘안보 홀로서기’에 아직 갈 길이 먼 유럽 국가들로선 대서양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여겨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NSS가 유럽 국가들이 ‘전략적 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줬으며, 유럽 내에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논쟁이 시급해질 것이라고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고, 선물을 퍼붓고, 왕실 만찬에 초대하는 것만으로는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대서양 동맹 관계를 구할 수 없다”며 “유럽은 러·우크라 전쟁, 유럽 안보에 관해 홀로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가 지났다. 최악의 경우 유럽은 동쪽의 러시아, 서쪽의 미국이라는 두 적과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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