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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의사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언제부터, 누구를, 어디에 배치할지 등 핵심 쟁점 대부분이 하위 법령에 위임되며 공백으로 남았다. 정부는 “빠른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의료계에서는 “보완부터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질의 수련 시스템 마련, 성적 줄세우기를 벗어난 학생 선발 방안 등 후속 조치가 정교하게 마련돼야 제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는 지역의사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근무를 전제로 의사를 양성·확보하는 제도다. 크게 의사가 지역에서 근무하는 ‘계약형’과 의대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아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게 하는 ‘복무형’으로 나뉜다. 현재 쟁점은 장기 복무가 전제된 ‘복무형’의 실효성 확보에 맞춰져 있다.
의료계는 환자들이 지역 병원을 떠나는 이유가 ‘의사 수 부족’보다 ‘지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부재’에 있다고 진단한다. 중증 환자들의 ‘KTX 상경 진료’가 보편화한 상황에서, 단순히 의무복무하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환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단 것이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지역 의료 위기의 본질은 내 생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료 역량이 지역 병원에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 있다”며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지역 의료 환경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서 우수한 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수련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의료진 배치만큼 중요한 것이 역량을 키워주고, 능력을 발휘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라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어도 수술 장비와 협업할 의료팀, 수술받을 환자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주·진안·장수군의 경우 MRI(자기공명영상)가 단 한 대뿐인데, 이마저도 이용률이 저조해 운영이 쉽지 않다”며 “단순히 ‘의사만 데려다 놓으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현장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통과된 법안은 복무형 전공의의 경우 지역에서 필수과목을 수련해야만 해당 기간을 10년 의무복무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무 복무 기간 단축을 위해 적성과 무관한 필수과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지역의사제가 ‘실패한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대 선발 방식부터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성적순 선발 후 강제로 묶어두는 방식보다는, 선발 단계부터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무엇보다 지역의사제로 어떤 학생을 뽑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내신이나 수능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식 선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실제 의료 취약지에 거주했거나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포함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선발하는 전형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닌, 실제 지역에 뿌리내리고 환자와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정교한 시스템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