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전국의 각급 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준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둘러싸고 7일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2·3 불법계엄 관련 피고인들의 사건을 맡을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영장심사도 전담 영장판사가 맡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특정 인물들에 대해서 재판부를 따로 구성한다는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등 고위 법관 4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약 6시간 이어진 회의 이후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고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들께서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도 했다.
내란재판부법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판사들뿐 아니라 학자, 연구자들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삼권분립을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정한 사건을 담당할 판사를 정하는 것, 그 과정에서도 특히 외부 구성원을 통해 사건 배정을 한다는 것은 재판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발의안을 보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가 추천한 인사로 추천위원회가 꾸려지고, 여기서 전담 판사들을 추천한 뒤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노수환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는 “국회에서 법률로 특별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 자체를 위헌이라 단정하기엔 어려운 면도 있다”면서도 “행정부 기관장인 법무부 장관이 재판부 피추천자를 정한다는게 맞지 않다. 아무리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한다고 해도 위헌 논란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법무부는 내란 사건에 대해 공소 유지 역할을 담당하는 검찰을 지휘하는 역할”이라며 “그 기관의 장관이 법관 추천에 관여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내란재판부법에 내란 관련 피고인 구속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사면·복권·감형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 역시 위헌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구속 기간의 경우 내란 사건에서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굳이 (문제가 될 만한) 이 법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했다. 이어 “국회 동의 없이 사면을 하지 말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사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법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실제로 내란 재판에 적용될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피고인 측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오히려 재판 절차가 지연될 거란 우려도 크다. 문 교수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했을 때, 헌재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강조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며 “이번 사안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고 했다.
판·검사가 법리를 고의로 왜곡해 판결·기소하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내용의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작용이 클 거란 우려가 많았다. 다만 ‘재판에 대해 책임진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인식도 있었다. 노 교수는 “강요에 의한 자백을 증거로 삼아 기소하고, 이 사건에 대해 유죄 선고하는 판결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사법부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면서도 “법 구성요건을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할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국법원장회의 이후에도 “사법 신뢰가 왜 무너졌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책임은 외면한 채 권한만 앞세우는 모습”이라며 연내 법안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국 법관 대표들은 오는 8일 정기회의를 열고 내란재판부법, 법 왜곡죄 등에 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