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안지원
현대 대중음악을 듣다 보면 곡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 실제로 21세기 이후 히트한 곡의 선율과 코드 개수는 꾸준히 줄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짧아진 곡 길이를 첫째로 들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3분도 긴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적시하면 경제적인 이유, 스트리밍의 수익 발생 조건 때문이다. 만약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데 29초 안에 멈춤을 누르면 수익은 0원이다. 30초 이상 재생되어야 수익이 나온다. 그 뒤부터는 1초 더 듣는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 즉 곡이 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30초 이상 듣는 이를 붙들려면 가창도 가능한 한 빨리 등장해야 한다. 곡을 통해 비교해 볼까. 015B의 1992년 히트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1분58초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후렴구가 나온다. 요즘이었으면 곡 종료에 다다를 시간이다.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실질이 형식보다 중요하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살다 보면 형식이 실질을 지배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경험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트리밍이라는 형식이 음악이라는 실질에 전례 없는 변화를 불러온 셈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형식적 조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의 예술관마저 그것에 저당 잡히길 원치 않는 음악가가 세상에는 여전히 많다.
최근 발매된 음반 중에는 포크 뮤지션 안지원의 <아마추어의 집>(사진)을 추천한다. 프로듀서를 맡은 단편선이 쓴 표현처럼 햇살 좋은 날 친구들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듯한 이 앨범의 매력은 은은하지만 완강하다. 당신의 귓전에 스르르 내려앉아 오래 머물 것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반짝이되 전체를 감싸는 프로덕션과 편곡이 꼼꼼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설계된 덕분이다. 과연 그렇다. 차트 히트곡만이 전부는 아니다. 차트 밖의 세계는 더 광대하고, 다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