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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인공지능 거품론'이 세계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좋은 거품론'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거품 붕괴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은 거시경제의 침체는 물론,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장과 공공정책에서 과도한 AI 거품에 기대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장에는 언제든 거품이 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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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래서 거품인가요 아닌가요?

입력 2025.12.08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세계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AI 거품론이 처음 나온 미국은 물론, 한국 증시도 논쟁의 흐름에 따라 출렁이죠. 기업 총수들은 ‘거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요.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지하는 한국으로서는 남 일처럼 볼 수 없는 논쟁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투자가 마이클 버리가 AI 거품론을 강하게 주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상하고 역이용해 떼돈을 번 인물입니다. 그는 왜 AI를 거품이라고 판단했을까요? AI 거품론은 어디까지 믿을 만할까요?

빅쇼트 주인공 “닷컴 버블 때와 같다”

버리 주장의 핵심은 ‘미국 AI 관련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위험할 정도로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설비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인데요. 버리는 이런 상황이 1999~2000년 ‘닷컴 버블 사태(인터넷 관련 투자 붐이 순식간에 무너져 주가가 폭락한 일)’ 때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버리는 시장의 광적인 기대감도 닷컴 버블 때와 유사하다고 봅니다. 주가 상승 속도가 설비 투자 집행 속도를 앞지르는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닮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AI에 기업의 설비 투자와 투자자들의 자본 투자가 잔뜩 몰렸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별 게 없었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주가가 폭락할 겁니다. 닷컴 버블 당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정보기술(IT) 기업 시스코는 과도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주가가 무려 80%나 폭락했죠.

버리는 ‘AI 기업들이 성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에도 의문을 던집니다. 그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팔란티어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엔비디아의 경우를 보면,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 간 기업들이 GPU의 가치 하락을 장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그렇게 만들어낸 ‘장부상 이익’으로 다시 GPU를 사는 등의 비정상적인 거래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마이클 버리가 2015년 11월 23일 지그펠드 극장에서 열린 영화 <빅쇼트> 뉴욕 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마이클 버리가 2015년 11월 23일 지그펠드 극장에서 열린 영화 <빅쇼트> 뉴욕 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버리는 세 기업이 주가를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사는 ‘자사주 매입’은 보통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주주가치(주주의 이익)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뤄집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주가가 최고점을 찍을 때 500억달러(약 74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버리는 이런 매입은 주주를 위한 게 아니라 회삿돈으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봤습니다.

버리는 테슬라가 임원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주면서, 이를 회계에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주식 고평가를 유지한다고도 주장합니다. 팔란티어도 이런 주식기반보상 비중이 높다고 지적하고요.

‘반도체 강국’ 한국은 괜찮을까?

AI 거품론에 대한 반론도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논쟁의 핵심은 막대한 지출이 큰 이익으로 이어질지 여부인데, 시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당연하게 ‘예’라고 여기던 것에서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시장이) ‘아니요’라고 결론지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거품이 꺼지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거품이 사실이라 해도, 거품 붕괴가 ‘발전을 위한 조정’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른바 ‘좋은 거품론’입니다. 닷컴 버블 사태에서 살아남은 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 등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여러 혁신을 이룬 것처럼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관련 기업 총수들도 AI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AI 거품론을 마냥 무시하기도 찝찝합니다. 이미 세계 경제 전체가 AI 시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6%)의 최대 절반(0.8%) 정도가 AI 투자에 의해 끌어올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업들이 AI에 투자해 관련 주가가 올랐고, 주식을 가진 시민들의 자산이 늘어나니 소비도 증가했습니다. 미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은 주식 등 금융자산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AI가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크게 휘청일 수도 있습니다.

AI 기업들의 ‘순환 거래’도 거품이 붕괴하면 충격을 키울 요소입니다. 순환 거래란 ‘A→B→C→A’처럼 고리를 이루는 거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면, 오픈AI는 오라클과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맺고, 오라클은 데이터센터를 구동시키기 위해 엔비디아의 칩을 사들이는 식이죠. 고리 중 한 단계만 무너져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고 ‘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과제로 삼은 한국에게 AI 거품론은 절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장은 AI 거품이 무너져도 나름의 활로를 찾아갈 수 있겠지만, 시민들의 삶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하니까요. 일자리 충격, 사회·경제적 혼란을 막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좋은 거품론’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거품 붕괴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은 거시경제의 침체는 물론,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장과 공공정책에서 과도한 AI 거품에 기대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장에는 언제든 거품이 낄 수 있습니다. 그 거품으로부터 평범한 이들의 삶을 지키는 건 정부의 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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