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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공화국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다

입력 2025.12.08 20:03

수정 2025.12.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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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국민들은 불법계엄에 대한 기나긴 법 집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 사법의 실태를 체감하고 있다. 피고인의 지위가 높거나 많은 돈으로 영향력 있는 변호사들을 선임하면 법 집행 과정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 믿었던 법관들도 일반인들과 다름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진영에 따라 판단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배출하는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

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 불신도 함께 커진 요즘이 ‘정의롭고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할 좋은 때인 것 같다. 나는 법관 출신인 선친 덕분에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사법적 정의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선친은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드는 데 참여해 여러 해 동안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어떻게 하면 법률 소비자들이 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이것은 매우 복합적이고 어려운 문제이다.

어쩌면 정의로운 법 집행을 염려하기 전에 법의 사회적 지배력이 커지는 것 자체를 염려해야 할지 모른다. 사법의 영향력이 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수가 없다. 이웃, 친지간에 서로 고발·고소하고 사법이 사람들의 일상에 간여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수가 없다. 형사든 민사든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나 법원을 들락거리게 되면 삶이 피폐해진다. 천국에서는 사법도 법조인도 필요가 없다. 사회가 혼탁할수록 법조인들이 할 일이 많아지고, 역으로 법조인들이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불행해진다.

우리의 자손들이 앞으로 살 세상에 대해 걱정되는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미국과 같이 ‘변호사 공화국’이 되는 것을 꼽겠다. 예전에 미국에서 벌어진 ‘바지 소송’은 유명하다. 로이 피어슨이라는 현직 판사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자신의 바지를 분실했다고 5400만달러 배상 소송을 건 사건이다. 미국에서 이런 황당한 재판이 흔히 발생하고 용인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법조인들이 너무 많고 그들이 먹고살기 위해 법률 시장을 키우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를 늘려야 친절하고 손쉽고 값싼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의사들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러한 대중의 믿음에 부응해 변호사는 매년 1700여명씩 배출되고 있고 현재는 총 변호사 수가 3만7000명이 넘는다. 이미 인구 대비 변호사 수가 일본의 두 배에 달하는데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양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기대하고 변호사 수를 늘려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법률 비용이 늘어나고 국민의 법 의존도가 높아질 뿐이다. 변호사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배고픈 변호사들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위험해진다.

미국처럼 법률의 남용이 확대되거나 사람들 간의 법적 다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실은 변호사, 검사, 법관은 모두 같은 편이다. 지는 쪽의 변호사를 배려해 (궁극적으로는 법률 시장 규모의 유지를 위해) 애초부터 분명한 사건이라도 일찍 판결을 내주지 않는 법관들도 많다. 최근에는 명예훼손·모욕, 학교폭력 등의 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법률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신규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단 대중의 호응을 받아내기 쉽지 않고 단순히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수를 줄이는 것도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들이 합격률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가 교육도 변호사 시험 위주로만 이루어지는 문제가 있는 상황인데 단순히 합격률을 낮추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로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변호사 대신) ‘기업 법무실무사’ 자격시험 제도를 만들고 기업과 공공기관에 기업 법무실무사 채용을 확대하는 방안, 변호사 자격을 다원화하거나 지방 변호사를 별도 선발하는 방안, 판검사 트랙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 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 등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일부 로스쿨들을 통폐합해 전체 입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다. 현재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의 인재들이 고갈되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니 전문가, 정부, 사법부가 힘을 합쳐 로스쿨 개혁 방안과 함께 이 문제도 연구해주시기를 소망한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명예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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