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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가족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데도 '받는 것'으로 간주해 의료급여 수급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온 '부양비' 제도가 26년 만에 사라진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부양비 항목이 삭제돼 A 어르신도 의료급여를 적용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때문에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함이 개선돼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복잡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간소화해 서류 제출 부담도 완화하고, 고소득·고재산 보유 부양의무자에게만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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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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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끊긴 자녀 있어도 ‘지원’ 가능···의료급여 부양비 26년 만에 폐지

입력 2025.12.09 16:28

  • 김찬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9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보다 13.3% 증액된 9조8400억원 규모의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과 ‘주요 제도개선 사항’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9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보다 13.3% 증액된 9조8400억원 규모의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과 ‘주요 제도개선 사항’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가족에게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데도 ‘받는 것’으로 간주해 의료급여 수급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온 ‘부양비’ 제도가 26년 만에 사라진다. 저소득층이지만, 연락이 끊긴 자녀에게 일정 소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급여 대상에서 탈락하는 ‘비수급 빈곤층’ 문제가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보다 13.3% 증액된 9조8400억원 규모의 ‘2026년 의료급여 예산안’과 ‘주요 제도개선 사항’을 의결했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에게 의료비를 거의 전액 보조해주는 제도다.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개선안 핵심은 ‘간주 부양비’ 폐지다. 부양비는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되며 도입됐는데 부양의무자(부모·자녀 등)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실제 부양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 중 일부를 수급 신청자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자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함에도,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홀로 사는 A 어르신의 경우, 한 달 소득이 기초연금과 공공일자리 참여 등으로 얻는 67만원 전부다. 이는 2026년 1인 가구 선정기준인 102만500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연락을 끊고 사는 아들 부부 소득의 일부인 36만원(소득기준의 10%)이 간주 부양비로 더해지면 A어르신은 의료급여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부양비 항목이 삭제돼 A 어르신도 의료급여를 적용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때문에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함이 개선돼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복잡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간소화해 서류 제출 부담도 완화하고, 고소득·고재산 보유 부양의무자에게만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간주 부양비 폐지’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의료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받을 것 같은 돈을 추정해 의료 사각지대를 만들어 온 제도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서 다행”이라면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대부분이 1인 가구인 만큼 의료급여는 자녀 소득 여부와 무관히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만 해서는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본인부담 차등제’도 도입된다. 앞으로 연간 외래 진료를 365회 넘게 받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된다. 다만, 약 처방일수와 입원일수는 외래진료 횟수에서 제외되며, 산정특례 등록자와 중증장애인, 아동·임산부 등 취약계층은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복지부는 전체 의료급여 수급자 156만명 중 약 550명이 차등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정신질환 치료와 입원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수가 개선도 이뤄진다. 개인 상담치료는 주 최대 2회에서 7회로, 가족 상담치료는 주 1회에서 3회로 급여 인정 횟수를 확대했다. 정신과 폐쇄 병동 입원료도 병원급 기준 약 5.7% 인상한 5만830원으로 조정했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예산 확대와 26년 만의 부양비 폐지는 저소득층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의료 이용의 적정성과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급여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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