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자 “일리가 있다”며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질적 대책이 거의 다 마련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책이 지주회사가 금융업을 하는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지주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금산분리라는 원칙으로 금융 조달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에선 이미 다 지나가 버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곽 사장은 “SK하이닉스가 돈이 많으니 투자금을 댈 수 있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돈을 벌어 투자하려면 장비를 가져놓고 세팅하는 데 3년이 걸린다. 그러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뒷받침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만큼 이미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금산분리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말한 대책은 첨단전략산업을 하는 기업의 지주회사가 금융업을 하는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보유 요건을 현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의 대책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여신금융업체 등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지만, 이 제한이 사라지고 증손회사 보유 지분율이 절반으로 완화되면 나머지 50%를 국민성장펀드 등 외부 투자로 채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절반의 지분만 보유해도 산하에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이 회사를 통해 공장용지나 건물을 소유하고 SK하이닉스가 이를 장기로 빌려 쓰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직접 대규모 자산을 소유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을 덜고 투자 자금을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50조원 규모를 목표로 이날 출범한 국민성장펀드 등 외부 자금을 보다 쉽게 유치할 수 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투입될 것이라고 언급한 600조원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전체 반도체 산업 규모 확대, 공정 성장, 지역균형발전 기여 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물을 좁게 파면 빨리 팔 수 있지만 깊게 파기는 어렵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넓게, 더 깊게 파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정책 최고책임자로서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원정책 중 하나로 ‘송전거리 비례요금제’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송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부담하는 시스템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소위 ‘지산지소’(지방에서 생산하고 지방에서 소비한다) 원칙에 따라 전력 생산지의 전기요금을 낮게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정부 방침이다. 균형발전이 중요한 만큼 가급적 지역에서 (생산시설을 가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팹리스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관합동으로 4조5000억원 규모의 12인치 40나노급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이를 국내 팹리스 기업에 전용으로 할당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등 생태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팹 10기를 신설해 세계 최대·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예산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장관은 글로벌 1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키우기 위한 전폭적 R&D 지원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