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12월의 다른 이름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12월의 다른 이름

입력 2025.12.10 19:57

  • 오은 시인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12월이 오면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몸과 마음의 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몸은 이미 다른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다. 이 일만 마치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덩달아 바쁜데 향하는 곳이 제각각이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달이니 조금 느긋하면 좋으련만 못다 한 일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앞다투어 발목을 붙잡는다. 한숨과 가쁜 숨을 번갈아 내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만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12월이 밀려드는 달 같아. 온갖 신고서, 계산서, 영수증과 씨름해야 하는 달이거든.” 지인은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맡고 있었다. “행운이나 희소식이 맹렬한 기세로 밀려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실없는 농담을 나누고 한바탕 웃긴 했지만, 밀려드는 상황에 부닥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월말이 되면 다음달에는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일들이 12월의 복판에 미완의 상태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손끝을 대기만 해도 연이어 쓰러질 게 분명한 도미노처럼 말이다.

12월을 또다시 미루는 달로 만들기는 싫었다. 시간을 쪼개서 누군가와 혹은 스스로와 약속한 것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원고 쓰고 강연하는 틈틈이 그간 전하지 못했던 안부를 전했다.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평소보다 과장되게 반가움을 표현했다. 1년에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 점점 늘어갈 때마다 때마침 찾아온 ‘한 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것이다. “12월은 크게 모이는 달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작게 모이는 달이 된 것 같아.” 속한 모임이 많다는, 예의 그 친구의 말이다.

송년(送年)은 묵은 한 해를 보낸다는 뜻이고, 요새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망년(忘年)은 한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이다. 어쩌면 마무리에 필요한 것은 보낼 것은 잘 보내고 잊을 것은 빨리 잊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마무리에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듯하다. 올해 내게 마무리는 ‘스스로 마음에 들 때까지 해보는 것’이었다. 입시, 취업, 이사, 결혼 등 중요한 분기점은 끝이 있는 것처럼, 마치 달성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여전히 도중에 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화장실 청소처럼, 고쳐도 고쳐도 못마땅한 글처럼.

올해 초부터 쓰기 시작한 시 한 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고쳐보는데, 아무리 문장을 빼고 더해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마감이 있는 글이 아니어서 ‘순간의 최선’이 아닌 ‘최대치의 최선’을 다해 쓰고 싶었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친다고 해도 몇년 뒤에 그 마음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끝까지 해보는 것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 고치고 또 고치는 것이다.

끝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시작을 반기는 마음으로. 끝과 시작이 만나는 때가 온다면 나는 그 시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헤어지기 전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네게 12월은 어떤 달이야?” 잠시 머뭇거리자 친절하게 이렇게 덧붙인다. “어떤 달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곰곰이 생각한다. 흔히 한 해를 배웅하는 달로 인식되는 12월, 섣달이나 온겨울달이라는 토박이말로 표현되기도 하는 12월, 나는 반대로 맞이하는 달로 삼았으면 싶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헤어지고 난 뒤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2월까지 뭉그적거리며 일을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게 12월은 ‘배웅달’이 아닌 ‘마중달’이야. 새해를 마중하는 달.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할 때처럼 설레는 달.” 그저 말만 했을 뿐인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은 시인

오은 시인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