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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함을 강요받는 삶

입력 2025.12.10 20:11

수정 2025.12.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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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배의 우주먼지 다이어리]로맨틱함을 강요받는 삶

2021년 12월25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지구를 떠났다. 모든 천문학자에게 가장 설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조금은 설레발이 섞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이었을까, 천문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모두 제임스 웹의 발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물론 잠시나마 그렇게 지구의 모든 이가 머리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 난 마냥 좋았다.

그런데 제임스 웹이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S를 떠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이야기는 이런 식이었다.

이번에 올라가는 제임스 웹은 무려 150만㎞ 거리까지 날아갔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5배에 달한다. 지금 당장은 이런 먼 거리까지 사람을 직접 실어 보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만약 제임스 웹이 고장 나면 직접 가서 수리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그때는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직접 보내 수리를 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은 그날을 기약하며, 제임스 웹에 우주선과 도킹할 수 있는 접합부를 미리 만들어두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댓글에는 먼 미래를 기약한 천문학자들이 너무나 로맨틱하다는 반응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이다. 아주 약간의 사실이 섞여 있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거짓말이다. 처음에 SNS에서 이런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인가 싶을 정도였다. 한 학회에서 실제 제임스 웹을 관리·감독하는 NASA의 우주 망원경 과학연구소의 한 천문학자에게 이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그도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상당히 재밌어했다. 하지만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제임스 웹이 지구로부터 150만㎞나 떨어진 먼 지점에 머무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그런 먼 거리까지 사람을 보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다. 우주 발사는 쓸데없는 것을 전부 배제하고 오로지 쓸모 있는 것만 남기는 가장 극단적인 가성비의 과정이다. 당연히 제임스 웹의 궤도까지 사람을 보낼 생각이 아예 없는 천문학자들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도킹 접합부 따위를 만들어두지도 않았다.

나는 대체 왜 사람들이 제임스 웹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세상은 정말 천문학자들에게 로맨틱함을 강요하는구나 싶었다. 우리는 사실 그렇게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이 아닌데, 우리도 그저 숫자와 그래프로 우주를 바라보고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지극히 물리학적인 문법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한낱 ‘이과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대체 왜 세상은 우리에게 어딘가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모습을 강요하고 기대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천문학자의 프러포즈 멘트는 어떨지를 궁금해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

많은 사람은 별과 우주에서 무언가 낭만적이고 따뜻한, 긍정적인 감정을 찾곤 한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우린 밤에 사랑을 하고, 밤에 감상에 빠진다. 밤 그리고 이른 새벽이 가장 센티멘털해지는 시간이다. 사실 그 이유는 단순히 밤이기 때문이 아니다. 밤에 제때 잠에 든다면 우리는 감상에 빠질 겨를도 없다. 중요한 건 밤늦게까지 깨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밤에 쓴 글은 우리의 가장 서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대부분 밤에 잠들지 못한다. 천문학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은 낮이 아닌 밤에 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주는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항상 똑같이 흘러가지만 그 우주의 사연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밤뿐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는 주로 밤과 새벽에 쓰인다. 이제는 우주에 올라간 망원경으로 매일 쉬지 않고 사진을 촬영하는 덕분에 굳이 매일 밤을 새울 이유는 없어졌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천문대에서 관측을 하지 않아도 연구실에 홀로 앉아 별빛 아래 작업을 하는 때가 많다. 결국 천문학자들이 쓴 모든 논문과 글은 그들의 가장 감성적인 순간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나도 그간 발표했던 모든 논문의 텍스트 상당수는 낮이 아닌 밤에 작성했던 것 같다.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사실상 새벽 감성이 가득 담긴 잡문에 가깝다.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독 로맨틱하고 감성적으로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심지어 있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덧씌우고 기대를 할 정도로 말이다.

지웅배 천문학자

지웅배 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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