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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고양이 보호협회’는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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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한 기자가 한 달 동안 마을 곳곳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과 길고양이들을 만났습니다.

동네 문제들이 지역언론을 통해 공론화되기도 합니다.

청산면에서 편의점을 하는 박철용씨는 매주 금요일 지역언론 옥천신문이 배달되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벽에 걸어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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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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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고양이 보호협회’는 어떻게 탄생했나

입력 2025.12.11 07:00

  • 문광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한수진 월간 옥이네 기자가 지난달 20일 농촌 이동권 취재를 위해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서 도서관 순환버스를 타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수진 월간 옥이네 기자가 지난달 20일 농촌 이동권 취재를 위해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서 도서관 순환버스를 타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30년 됐나. 가게 하면서부터 줬으니까. 밥 얻어먹었다고 죽을 때도 가게 앞에 와서 죽더라고. 김뚜깡, 노랭이, 이쁜이, 굴뚝이······. 이름도 다 지어줬는데.”(‘월간 옥이네’ 중에서)

한 기자가 한 달 동안 마을 곳곳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과 길고양이들을 만났습니다. 밥을 주게 된 이유부터, 돌봄에 곱지 않은 시선까지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는데요. 지역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결과 ‘마을고양이 보호협회’가 생겼고, 동물보호 조례 제정도 이끌어냈습니다.

이건 충북 옥천군 지역언론 월간 옥이네(편집장 박누리)가 2020년 펴낸 길고양이 특집호 이야기입니다. 옥이네는 올해로 창간 8주년을 맞이했는데요. 옥천에는 옥이네 외에도 다양한 지역언론들이 활발히 활동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삶을 소개해 관계를 복원하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때문이죠. 언론이 지역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점선면이 짚어보겠습니다.

충북 옥천군에 사는 길고양이. ‘월간 옥이네’ 제공

충북 옥천군에 사는 길고양이. ‘월간 옥이네’ 제공

시시콜콜한 기사? 이웃 이해하는 계기

한수진 기자는 지난달 20일 충북 옥천군 안남면 순환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번 호 옥이네 기획인 ‘이동권’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버스가 덜컹거리는 통에 멀미를 했지만, 주민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놓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최선을 다하는 건 진솔한 얘기가 주는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2022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할머니 김정순씨를 인터뷰한 경험이 그 믿음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씨는 배우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지각 한번 없이 8년 동안 복지관에 나가 서예를 배웠습니다. 그의 일대기를 읽은 김씨의 자녀들은 한 기자에게 “어머니의 삶을 다시 보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김혜리 월간 옥이네 기자가 지난달 15일 옥천군 옥천읍에서 열린 오오일장에서 한 주민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혜리 월간 옥이네 기자가 지난달 15일 옥천군 옥천읍에서 열린 오오일장에서 한 주민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주민들과 나누는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옥천 오일장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김혜리 기자는 한가득 장을 본 어르신에게 “어휴 많이 사셨네요”하며 살갑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쭈그려 앉은 채 들은 50년 전 얘기에서 예나 지금이나 열악한 대중교통 현실을 짚어냈습니다. 이처럼 옥이네 기자들에겐 세탁소 앞 귀여운 텃밭도, 50년 동안 한 자리에 있던 사진관도 기사가 됩니다.

지난 100개월, 옥이네 기자들이 던진 질문들은 다양한 답으로 돌아왔습니다. 2020년에는 안내면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에게 20만원어치의 지역화폐를 지급한 뒤, 학생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취재했는데요. 2021년 옥천군 차원의 ‘옥천 꿈 키움 바우처’로 이어졌습니다. 박누리 편집장은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바라보게 되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독자의 반응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의 한 편의점에 옥천신문, ‘월간 옥이네’ 등 지역 매체가 비치돼 있다. 이재덕 기자

충북 옥천군 청산면의 한 편의점에 옥천신문, ‘월간 옥이네’ 등 지역 매체가 비치돼 있다. 이재덕 기자

옥천신문 통해 연결되는 주민들

동네 문제들이 지역언론을 통해 공론화되기도 합니다. 청산면에서 편의점을 하는 박철용씨는 매주 금요일 지역언론 옥천신문이 배달되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벽에 걸어두는데요. 편의점을 찾는 어르신들이 동네 이야기를 할 때 정확한 사실을 가지고 얘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박씨가 벽면에 붙인 기사 중에는 ‘생선국수 거리’에 대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새 다리가 생겨 생선국수 거리 통행량이 줄면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박씨는 “편의점에 오는 분들이 이 기사를 보면서 ‘생선국수 가게들이 문 닫을까’ 걱정하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노인 비중이 높고 마을 간 거리가 먼 농촌에선 지역 문제가 공론화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역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인데요. 옥천신문은 특히 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영화관 하나 없어 주민들이 영화를 보러 대전까지 가야 하는 실상을 보도한 뒤 2018년 작은 영화관이 생긴 것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공론화가 해결로 이어지는 효능감은 주민 자치·지역 민주주의 복원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요.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는 “옥천군의회에는 항상 우리 기자가 있다. 그러면 의원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며 “민주주의의 효능감을 숨 쉬듯 일상적으로 느끼려면 이런 행정을 제어할 수 있는 공기(公器)가 필요한데, 그게 언론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월간 옥이네 김혜리 기자와 박누리 편집장이 포옹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월간 옥이네 김혜리 기자와 박누리 편집장이 포옹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열악한 재정구조는 숙제

물론 지역언론의 한계도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문제인데요. 지역언론에서 일했던 한 기자는 점선면과 통화하면서 “주민자치에 기여하는 역할은 분명하지만 결국 돈이 문제”라며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이나 후원이 없다면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칼럼에서 “우호적인 매체에 광고비를 몰아주는 것은 달콤한 유혹”이라며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지역언론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역언론 소속 한 현직 기자는 통화에서 “중앙의 종합일간지들은 대체로 지역을 ‘소멸하는 곳’, ‘변방’으로 본다”며 “그러나 지역에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다뤄야 할 이슈들이 많다”고 말했는데요.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주민들의 삶과 이를 비추는 언론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한수진 월간 옥이네 기자가 농촌 이동권 취재를 위해 옥천군 안남면에서 도서관 순환버스를 타고 취재를 마친 뒤 길을 거닐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수진 월간 옥이네 기자가 농촌 이동권 취재를 위해 옥천군 안남면에서 도서관 순환버스를 타고 취재를 마친 뒤 길을 거닐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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