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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선출 권력’ 사법부

입력 2025.12.11 19:52

수정 2025.12.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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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이슈가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법개혁을 논할 때마다 등장하는 용어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사법권은 ‘직접 선출 권력’이 아니라서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면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타당한 말인데, 권력분립 원칙의 훼손이라거나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공격한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결정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취지다.

예컨대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 특별재판부 설치 등은 입법부가 입법적 다수를 얻어 의결하면 사법부가 이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나뉜 삼권 사이에 서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관의 임명권자지만, 사법 권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직접 선출되지 않았더라도 사법부는 입법부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법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면 선거에서 확인된 유권자의 표심은 뒤집힌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지 아니면 불법적 내란인지도 사법부가 최종 판단한다.

그런데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사실은 늘 사법부의 태생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선출 권력인 입법부 수준의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선출되지도 않은 사법 권력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당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바로 사법 신뢰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사법개혁은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진단에 근거하고 있다. 퇴적층처럼 쌓인 사법 불신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인식이다.

법원행정처도 위기를 느끼고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법부의 의견을 결정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집권 여당은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개혁안에 이어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를 출범시켜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수임 제한 등 전관예우 근절, 비리 법관징계 실질화, 등을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고, 연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두 기관이 제시한 방향과 과제 사이에 확연하게 드러난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의 민주화와 민주적 정당성 확보’다. 선출된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대의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해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이 인정될 거란 생각으론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이 사법권을 행사할 사법부를 창설하고 권한을 부여했다고 민주적 정당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물론 사법부는 유권자의 의사에 좌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해야 하므로 특정한 정치세력의 영향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권 또한 국민주권의 국가권력인 이상 사법부 구성과 운영은 민주주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 개별 법관의 구체적 재판은 독립성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사법행정권에 국민 참여가 가능해져서 통제받는 권력이 된다면 사법은 관료화되지 않을 수 있고, 사법 신뢰 또한 회복될 것이다. 국민과 사법 권력 사이의 민주적 정당성 사슬이 이어지려면 어떤 형태로든 국민주권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압도적 다수인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위헌성과 우려를 표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 그저 사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공허한 호소로 넘길 상황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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