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키는 고슴도치 이갈루스
마레이어 톨만 글·그림 | 김영진 옮김
주니어RHK | 32쪽 | 1만7000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나쁜 습성 중 하나다. 숲속 동물들은 어떨까.
손주 고슴도치가 묻는다. “할아버지, ‘빨리빨리 때’ 얘기 한 번만 더 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세상이 정말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단다… 누구나 쉬지 않고 움직였어. 딱 한 명, 이갈루스만 빼고 말이야.”
할아버지의 묘사에 따르면 그는 가시에 스치는 바람과 코끝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을 좋아하는 낭만 고슴도치다. 이 대목에서 그를 ‘배짱이과’라고 생각했다면 예측 실패다.
이갈루스의 ‘애정템’은 갈퀴다. 갈퀴로 날마다 숲의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숲을 치우고 나면 산이, 산을 치우고 나면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추운 날, 이갈루스는 더 이상 쓰레기를 치울 힘이 없었어. 너무 지쳐서 뒤로 벌러덩 쓰러지고 말았지.” 부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이갈루스는 그대로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숲속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림 속 동물들 손엔 갈퀴가 하나씩 들려 있다. 당연했던 깨끗함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때 묻은 인간의 시각에서 보면 마지막은 살짝 반전이다. “숲속 동물들은 이갈루스에게 반짝이는 황금 갈퀴를 선물했어. 이갈루스는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숲 지킴이가 되었단다.”
설마 더 열심히 청소하라는 의미는 아니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