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숙제’ 포수 세대교체
왼쪽 사진부터 양의지·강민호·김형준·김건희
올해 KBO리그 골든글러브 수상자 10명 중 5명은 첫 수상을 했다. 지난해에도 김도영, 박찬호 등 2명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포수 부문만은 ‘생애 첫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다. 두산 양의지(38)가 득표율 88% 압도적인 지지로 올 시즌 포수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았다. 개인 통산 10번째 수상이다. 10번 중 9번을 포수로서 수상했다. 양의지 뒤에는 강민호(40)가 있다. 2011년부터 강민호는 6차례 포수 부문을 수상했다. 두 베테랑 포수가 지난 15년 동안 골든글러브를 나눠 가졌다. 위협하는 경쟁자도 없었다.
둘의 경기력 자체가 경이적이다. 올해 38세인 양의지는 타율 0.337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2013년 이병규에 이어 역대 최고령 타격왕 2위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면서도 20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수상자 강민호도 올해 타율 0.269에 12홈런 71타점으로 후배 포수들을 압도했다.
양의지·강민호, 공수 ‘넘사벽’
젊은 포수들은 경험치도 부족
김형준·김건희 등 신예 두각
아직 수비·타격 조화 어려워
KBO 10개 구단 공통의 고민
포수는 경기 중 할 일이 가장 많다. 웬만해서는 젊은 선수가 기회를 잡기 어렵다. 역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 전 코치는 “현장에서는 포수한테 수비를 먼저 요구할 수밖에 없다. 투수 리드나 다른 수비에서 젊은 포수들이 베테랑을 넘기 어렵다. 1군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바로 성적을 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포수는 양의지, 강민호에 박동원, 장성우까지 4명뿐이다. 박동원과 장성우도 35세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3시즌 연속 이 4명만 규정타석을 채웠다. 시즌을 믿고 맡길 젊은 포수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공수를 종합 평가하는 KBO리그 골든글러브 특성도 포수 부문 수상 난도를 높인다. 주전급 수비력을 갖추는 데도 오래 걸리는데 정상급 타격까지 더하기는 더 어렵다. 20대 포수 대표주자로 꼽히는 NC 김형준(26)은 올 시즌 도루 저지율 35.6%로 1위를 차지했다. 키움 신예 포수 김건희(21)가 34.1%로 그다음이다. 블로킹 등 다른 면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타격으로 눈을 돌리면 간격이 크다. 김형준은 올해 18홈런을 때렸지만 타율은 0.232로 저조했다. 김건희는 타율 0.242, 2홈런에 그쳤다.
양의지와 강민호를 포함해 이례적인 몇명을 제외하고 공수를 겸비한 포수는 리그 역사를 따져도 많지 않다. 올 시즌 KBO리그 포수 평균 OPS는 0.691에 그쳤다. 2루수(0.687) 다음으로 낮다.
수비 비중이 대단히 큰 만큼 포수는 타격에 집중하기 어렵다.
양의지처럼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라면 경험으로 쌓아둔 데이터가 차고 넘치지만, 젊은 포수들은 여기서도 어려움이 따른다.
난도가 높은 만큼 결국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포수의 발굴은 10개 구단 공통 과제일 뿐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양의지와 강민호 이전 마지막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조인성 두산 배터리 코치는 “양의지는 20대 초반부터 두산에서 김경문, 김태형, 강인권 이런 지도자들 아래 훈련량이 어마어마했다. 강민호도 마찬가지다. 그때 기본기를 확실히 다져놔 지금 나이에도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할 일이 많은 포지션인 만큼 훈련 역시 더 많이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