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 중인 12일 여야 의석 대부분이 비어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형사 사건 판결문을 하급심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표결로 강제 종료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다시 토론에 돌입했다.
국회는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160명 중 찬성 160명, 반대 0명, 기권 0명으로 가결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이 법안에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을 거부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대법원이 확정하지 않은 형사사건의 판결문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별도의 제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법원 규칙에 따라 판결문 내 문자열·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하도록 제공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법원 홈페이지에서 단어를 검색하면 원하는 판결문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법원이 예산을 확보해 시행을 준비할 기간을 고려해 법 공포 2년 경과 후 시행한다는 부칙이 담겼다.
현재 형사사건 판결문은 대법원이 확정한 사건만 열람·복사할 수 있고 하급심(1·2심) 판결문 열람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2013년 1월1일 전에 확정된 판결문은 공개 대상도 아니다. 일반인이 하급심 판결문을 열람하려면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전 예약한 후 신분증을 지참해 경기 고양시 법원도서관을 방문한 뒤 열람실 컴퓨터 4대로 검색해야 한다. 판결문 복사는 금지되고 종이에 법원명과 사건번호만 적을 수 있다.
민주당이 전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통과를 막았지만 이날 범여권이 표결로 토론을 강제 종료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토론을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직후 곧바로 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지급준비금, 예금자 보호료, 각종 보증기관 출연금 등을 반영하는 것을 금지해 소비자에게 법적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법안 제안설명에서 “은행은 물적 담보 대출이나 신용대출인 경우에도 가산 금리를 포함하는 등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금융 소비자가 더는 봉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산업위·정무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법안 처리가 가로막히자 지난 4월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 법에도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연내 사법 개혁 법안 처리 방침을 저지하겠다며 합의된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24시간 후인 13일 오후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킨 뒤 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한 후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임시국회 본회의 개의와 함께 시작된 필리버스터 대치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