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식당 고객에게 ‘노동조합 조끼’를 벗으라고 강요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롯데백화점에선 노조원이라는 표식을 한 채로는 자기 돈 내고도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저녁 전국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 지하 식당가에서 밥을 먹으려 하자 보안 담당 직원이 다가와 이들의 옷차림새를 문제 삼았다. 조끼에는 현대차 하청기업인 이수기업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조합원과 백화점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영상이 올라왔다.
롯데백화점 측은 백화점 공간이 사유지이고, 다른 손님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를 댔다.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사유지라 노조원 복장을 금지한다는 규정도 금시초문이다. 만약 다른 종교를 가진 고객이 불편하다고 하면, 신부님이나 스님 복장을 한 손님에게도 탈의를 요구할 것인가. 노조 조끼를 입는 것이 공공 에티켓에 어긋난다는 설명은 더욱 황당하다. 이들이 식당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다른 손님들의 식사를 방해한 것도 아니다. 노조를 불온시하고 노동을 혐오하는 롯데백화점의 왜곡된 태도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노조 복장을 구실로 공간 출입을 제지하는 행위는 헌법 위반이다. 2022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비정규직 철폐’ 라고 적힌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법원 출입을 저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행위에 “과잉 제지”라고 판단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본사의 대응도 문제다. 논란이 커지자 “용역업체 보안 요원이 혹시 모를 불편 상황을 우려해 요청한 것일 뿐, 백화점 차원의 복장 관련 규정은 없다”며 모든 것을 하청업체 직원 개인 탓으로 돌렸다.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백화점을 드나드는 고객과 백화점 직원들 중 상당수는 노동자이다. 고객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노동자의 제지를 받는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이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헌법과 소비자 권리를 무시한 롯데백화점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정식으로 사죄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0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식당가에서 노조 조끼를 착용한 전국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 백화점 직원(왼쪽)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X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