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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밤샘 노동’ 고생 많다고 벨기에선 산타도 선물을 받는다

입력 2025.12.13 16:00

  • 최윤정
크리스마스이브, 벨기에 가족은 각자의 신발에 맥주와 당근을 넣어두고 산타클로스의 방문을 기대하며 잠자리로 간다.

크리스마스이브, 벨기에 가족은 각자의 신발에 맥주와 당근을 넣어두고 산타클로스의 방문을 기대하며 잠자리로 간다.

아이들에겐 선물이, 어른들에겐 즐거운 연말이 찾아오는 날. 곧 12월25일이다. 어릴 땐 양말 속 두둑한 선물을 기대했고, 지금은 연말 세금 정산 정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려나.

선물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 계절의 상징이 있다. 빨간 옷에 털모자, 곱슬머리에 풍성한 턱수염,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메고 집집마다 들르는 푸근한 할아버지, 바로 산타클로스다.

하지만 그가 사실 미국식 마케팅에서 탄생한 캐릭터라고 하면, 어른들의 남은 동심마저 깨뜨리는 일일는지… 그래도 어쩌랴, 사실은 사실이니 숨은 이야기를 들춰낼 수밖에.

서양에서 가톨릭이 미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래서 지역마다 성인들의 이야기도, 그들을 기억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오늘의 주인공 산타클로스의 뿌리 역시 유럽 북서부에서 비롯된다. 네덜란드·벨기에 북부와 독일 일부 지역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 속 원형은 성 니콜라스(Sint Nicolaas), 즉 신터클라스 주교님이다. 그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성인의 상징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떠난 날인 12월6일을 앞둔 12월5일 밤에 찾아오는 존재로 여겨졌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 이 전통을 미국에 전했고 19세기를 지나며 신터클라스(Sinterklaas)는 영어식 이름으로 바뀌고 미국 문화 속에서 변주되며 오늘의 산타클로스(Santa Claus)가 됐다. 유럽의 오래된 풍경이 미국에서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있는데 신터클라스를 돕는 조수, 흑인 피터(Zwarte Piet)다. 19세기 문학작품을 통해 모습이 굳어졌지만, 현대의 시선에서는 역시 인종차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얼굴에 완벽한 검은 칠 대신, ‘굴뚝을 오가다 그을린 얼굴’이라는 콘셉트의 ‘굴뚝 버전’ 피터가 대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백인 주교 곁의 검은 얼굴 조수라는 대비는, 한국인인 내 눈엔 여전히 어딘가 낯설다. 게다가 우리가 익히 아는 산타의 이미지가 유명 음료 회사 광고에서 정착된 것이라니. 어린 시절 꿈의 상징이 결국 어른들의 마케팅과 맞아떨어졌다는 걸 알게 된 후 시즌마다 느끼는 미묘한 배신감은 결코 억지 감정이 아니다.

12월5일이 다가오면, 아이가 있는 벨기에 집들은 분주해진다. 아이들은 올해 자신이 얼마나 착했는지, 그래서 무엇을 받고 싶은지 간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신터클라스가 끄는 말들의 간식인 당근도 잊지 않는다. 부모는 한참 성수기일 신터클라스를 위해 목이 마를세라 맥주 한 병, 당이 떨어질세라 초콜릿 혹은 각설탕 등을 굴뚝 앞에 준비해둔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린 시절 내 선물만 생각했지 산타의 누적된 피로를 염려해본 적은 없었다. 받기에 앞서 그들의 노고를 먼저 생각하는, 이곳 사람들의 염치 있는 ‘기브 앤드 테이크’ 정신. 역사와 픽션을 넘나들며 인간미까지 더해진, 이 얼마나 포근한 겨울이지 아니한가.

유일하게 일 년 공로를 치하받는 날이니만큼, 올해 나는 어떤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우스갯소리로나마 로또? 작은 부동산? 이런 속물 같은 상상을 해도, 진짜 받고 싶은 것은 다른 데에 있다. 선물의 값어치나 타당성은 접어두고 그저 순순히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느끼게 해 달라고 하리라. 어릴 땐 저절로 차오르던 그 마음을 이제는 작정하고 불러내야 한다는 사실이 괜히 씁쓸하지만 별도리 있을까. 그를 위해 나도 시원한 맥주와 초콜릿 하나 준비하면서 바닥까지 늘어날 수 있게 기왕이면 스판 소재의 양말 하나 준비하는 것 외에는… 나도, 이 글을 읽는 어른 독자님들도 신터클라스가 선사하는 순수했던 동심과 행복감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연말이 되길 바란다.

■최윤정

[나는 마담 부르주아]연말의 ‘밤샘 노동’ 고생 많다고 벨기에선 산타도 선물을 받는다

‘부르주아’라는 성을 물려준 셰프 출신 시어머니의 자취를 좇으며 현재 벨기에에서 여행과 요리를 엮어내는 팝업 레스토랑 ‘tour-tour’를 기획·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choiri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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