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나 홀로 집에>를 다시 볼 때다. 아니다. 2025년인 만큼 시간 축을 현재로 끌고 와야 한다. 2000년 이후 개봉작에서 고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답에 가까운 선택은 하나뿐이다. <러브 액츄얼리>다. 여러 관계가 각각 펼쳐지다가도 얽히는 방식을 통해 옴니버스 영화가 한동안 유행하는 기틀을 마련한 바로 그 작품이다.
배경은 크리스마스 연휴, 영국에서는 이를 ‘박싱데이’라고 부른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을 찾아가 권투 시합을 한다는 게 아니다. 박스에 성탄 선물을 담아서 준다는 의미다. 워낙 연휴가 긴 덕에 이때는 축구도 일주일에 3게임씩 한다. 나 같은 축구 팬에게는 축복이지만 연휴가 장기간이라는 게 당연히 더 부럽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극중 음악적으로 할 말이 많은 관계는 여직원의 플러팅에 결국 넘어가는 사장과 그의 부인에 대한 스토리다. 이 작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래가 있다. 캐나다 출신 음악가 조니 미첼의 ‘보스 사이드 나우(Both Sides Now)’다. 남편의 행실을 알게 된 부인은 이 곡을 가족 모르게 잠깐 들으면서 눈물을 훔친다. 노래의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요약하면 인생을 살면서 경험을 꽤 한 것 같은데도 “삶을, 사랑을 잘 모르겠네”라는 내용이다. 조니 미첼은 이 곡을 1969년 발표했다. <러브 액츄얼리>에는 2000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녹음한 버전이 실려 있다.
박싱데이 관련한 음악도 하나 소개한다. 이 곡은 1975년 10월31일 발매되어 그해 박싱데이 기간에 영국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이후 1991년 11월에 멤버 중 한 명이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박싱데이 때도 정상을 차지했다. 즉 크리스마스 주간 차트 2차례 1위, 영국 차트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곡의 정체를 밝힌다. 그 유명한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