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4세 고시’ 금지하고, ‘불영어’를 없앤다 한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4세 고시’ 금지하고, ‘불영어’를 없앤다 한들

입력 2025.12.14 20:04

수정 2025.12.14 20:08

펼치기/접기

지난 9일 소위 ‘4·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선발시험을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유명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미취학 단계에서부터 선발 시험이 이뤄지고,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또 다른 과외까지 성행하는 등 사교육에 노출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하루 뒤인 지난 10일엔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영어영역 1등급이 3.11%에 그쳐 ‘불영어’로 판명났다. 킬러 문항 배제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 데다 절대평가를 도입한 영어가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오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1998년 평가원이 설립된 이후 역대 원장 12명 가운데 3년 임기를 채운 사례는 4명뿐이다.

사교육의 ‘출발선’과 수능이라는 ‘대입 결승선’이 모두 문제가 된 셈이다. 올해 ‘불수능’ 논란 이후 일각에서는 태생적으로 변별력을 포기할 수 없는 수능에 절대평가를 두는 것이 맞지 않다고 영어 절대평가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아예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수능의 폐지를 고민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본격적으로 나온다.

이 같은 논란들은 한국에서 사교육과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각별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대학을 들어가는지가 취업 기회와 사회적 지위, 경제적 여건을 좌우하는 중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생의 상한선이 대학 졸업장으로 결정된다는 믿음은 오랜 기간 더 공고해졌다. 수능의 난이도와 공정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의 교육 문제가 더 풀기 어려워진 것은 ‘교육열’이 ‘양극화’와 결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사교육에 뛰어들면서 출발부터 교육수준의 격차가 압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로 ‘계층 사다리’의 역할을 수행했던 교육은 이제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계층 세습’의 구조로 작동한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었지만 지난해 사교육비는 연간 29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부도 이견이 없었다. 초중등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 수능의 난이도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과도한 경쟁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교육 정책을 설계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 정책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사교육 시장은 바뀐 정책에 맞는 새로운 입시 전략을 마케팅 포인트로 들고나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이용했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된 고교학점제만 하더라도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도록 만들어 자기주도적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학교·지역별로 과목 편차가 크고, 일부 학생들은 수백만원대 컨설팅을 통해 입시에 유리한 생활기록부를 만들기 위한 고교학점제 설계를 받는다. 내신 5등급제도 마찬가지다. 종전 9등급 체제보다 내신 등급을 단순화해 내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내신 변별력이 예전보다 약해져 오히려 대학들이 수행평가나 논술, 면접과 같이 다른 영역의 평가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국 아무리 경쟁을 줄이려고 해도, 어떤 사교육 대책을 내놓아도 한국에서 대학 입시의 영향력이 약화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번듯하게 살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목표와 욕망 자체가 줄어들게 만들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입시제도를 아무리 정교하게 바꾼들 근본적인 문제인 경쟁 과열, 과잉 경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입시 방법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다”며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머리를 맞대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말했듯 과잉 경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입시 제도의 변화만으로는 문제를 푸는 데에 한계가 있다. 다만 그 문제를 푸는 일은 국교위와 교육부가 머리가 맞대 해결할 수준에서 이미 벗어났다. 대학이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되지 않도록, 좋은 일자리를 늘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다. 좋은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사교육 대책이라는 의지로 움직여야 한다.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