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 임성근 등 재판에서 증언
상부에서 “물에 들어가지 말라” 했다가
“장화 높이까지 들어가 수색해” 지시 바뀌어
경북 예천 수해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해병대 채모 상병의 1주기였던 지난해 7월15일 사고 지역 인근 보문교에서 바라본 내성천에 물이 거세게 흐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의 핵심 피고인들 재판에서 “당시 실종자 수색 임무 지시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초기 임무는 ‘수해 복구’였지만 갑자기 ‘수변 수색 지시’가 내려지는 등 현장에서 졸속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 전 사단장과 해병대 박상현 전 1사단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사고 당시 포7대대 본부중대장이었던 장모 대위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포7대대 작전과장이었던 장모 중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호우 피해 복구 책임자방’ ‘집중호우 상황방’ 등에 초대돼 지휘관으로부터 군 수색작전 관련 언론 기사나 지시사항 등을 공유받으면 포병대대 등 하급 부대에 전파하는 연락관 역할을 했다.
장 중령에 따르면 2023년 7월15~16일에는 폭우 피해로 인한 흙 치우기 등 복구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7일 밤 10시11분쯤 ‘호우 피해 복구 책임자방’에서 최진규 전 대대장이 “내일 과업은 실종자 수색 위주 시행”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다음날인 18일 오전 5시30분쯤 실종자 수색작전 회의가 이뤄졌고, 수색에 나섰던 채모 일병은 이튿날 사망했다.
장 중령은 “수변 수색 지시라는 것에 대해 설명이 제대로 없었고 그냥 ‘실종자 수색’이라고만 했다”며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하라고 했고, 구체적 지침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아예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했으나, 이후 그 지시가 바뀌었다고도 했다. 최 전 대대장은 작전 회의 직후 단체 대화방에 ‘장화 지참하고 수변 끝까지만 가고 절대 물에 들어가는 일 없도록 하라’고 했는데, 박상현 전 여단장과 통화한 뒤 ‘장화 깊이까지는 들어가는 노력 필요할 듯’이라고 다시 언급했다.
이에 특검은 “박 전 여단장으로부터 수색 지시를 받은 뒤 대대장들이 현장을 확인하면서 ‘가슴장화’와 ‘로프’를 언급했다”며 “사실상 물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안전장비를 요구한 것 같은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가슴장화는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고무 재질의 의복이다.
그러자 장 중령은 “상부의 지시 의도를 확인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현장에서 판단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아꼈다. 특검이 “수색 구역이 어떻게 된다든지 안전 통제를 어떻게 하라든지 지시받은 게 있는가”라고 묻자,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장 중령이 당시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특검과 재판장은 그를 수차례 질책하기도 했다. 특검이 “아침에는 수변 끝까지 가고 물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현장 환경이 그럴 수가 없어서 장화를 신고 들어가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증인이 생각할 때 위험하지 않으면 물 가운데까지 들어가도 되는 건가. 장화 높이까지 괜찮은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 중령은 “제가 보기에 위험하지 않아 보였다. 현장에서 지휘관이 잘 판단했을 거라 생각했다”며 “저는 물이 무릎 정도로 오는 깊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장 중령은 “저는 임관 이후 가슴장화를 입어본 적이 없다. 잠수복 수트도 입어본 적 없다. 가슴장화는 낚시할 때 입는 것으로 안다”면서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장이 “해병대에서 낚시를 한다는 말인가. 현장에서 가슴장화와 로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왜 이걸 요청하는지 의도를 몰랐다는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가슴 깊이까지 물이 찰 정도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게 미심쩍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