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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고리 끊어야 내란이 끝난다

입력 2025.12.15 20:27

수정 2025.12.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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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9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반부패의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년 동안 약 6000억원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했던 공공기관들을 적발해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내 편 봐주기가 일상화된 관료조직에서 적발된 기관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지 의문이다. 또 현재 위원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라 국민권익위는 반부패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내란의 원인도 부패였다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 그 회계사무를 감찰하는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상황도 비슷하다. 감사원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감사권을 남용해 감사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으며 기관의 정당성이 부정되었다. 운영쇄신TF가 발족해서 활동했지만 자신들의 업무추진비조차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감사원이 쇄신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최근 5년간 어렵게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국민감사 120건 중 11.6%인 14건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이 말이다. 운영쇄신 정도로는 감사원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관의 장이나 소수 핵심 인사들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정기관 공무원들이 내부 문제에 침묵해 왔다는 점은 더욱더 심각한 문제이다. 상부의 지시라는 이유로 불의에 침묵한다면 그런 기관이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요구하고 권력의 부패를 막을 수 있을까? 이것은 기관의 오작동이 아니라 심각한 결함으로 봐야 한다.

작년 말에 시작된 내란 사태의 중심에도 부패가 있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윤석열, 김건희와 그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비리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뇌물을 받고 주요한 공직을 사사로이 거래하며 권력을 사유화했던 인물들이 그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통일교와 신천지, 전광훈 같은 종교세력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면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이 무너진 셈이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그 정체성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대통령실에 공직을 사사로이 청탁하고 공직과 사적 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 청탁을 받았다. 주요 정치인들을 둘러싼 의혹들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고, 통일교의 불법정치자금 문제는 야당에서 여당으로 번지고 있다. 특검이 공수처를 수사하고 경찰이 특검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상대방이 우리보다 더 많이 부패했다는 상대적 진실은 불신하는 시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모든 부패를 근절하지 못하더라도 주요 공직에서만이라도 부패의 가능성을 줄여야 하고, 부패한 공직자를 합당하게 처벌할 뿐 아니라 그런 부패가 반복되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은 사문화된 헌법 조항이다.

시민권력으로 새살을 채워야

2016년 이후 무력화된,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도가 실시되면 부패가 좀 줄어들까? 아니다. 단순히 사정기관이 늘어난다고 부패가 사라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사정기관 내 또는 사정기관들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관의 목적이 정당해도 그 기관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누가 봐도 의문을 품지 않을 사람들로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을 채우고 두 기관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소수의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시민고충처리위원회와 옴부즈만 등 여러 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나 공공재정환수법과 같은 반부패 제도들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그 결과를 외부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부패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단순히 썩은 곳을 도려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자리에 건강한 권력으로 새살을 채워야 한다. 권력의 정당성은 시민에게서 나오기에 그 건강함은 시민들의 참여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러니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부패의 가능성을 줄이고, 개방형 직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부 카르텔을 깨고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

부패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내란이 일어나기 어렵다.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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