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니지 총리 “순수한 악행…모든 형태의 테러 행위 근절할 것”
부자 관계 용의자 중 아버지는 현장 사살…유대인 사회 불안 심화
본다이 비치 희생자들 추모하며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의 본다이 파빌리온 밖에 만들어진 총기난사 테러 임시 추모소에 시민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호주 정부가 최소 15명이 숨진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격 사건을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반유대주의 근절을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호주에서 위협과 폭력을 동반한 반유대주의 범죄가 급증해온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어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순수한 악행이자 반유대주의 행위였으며 기쁨과 가족 모임, 축하 행사로 유명한 호주의 상징적 장소 본다이 비치에서 벌어진 테러 행위였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를 근절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라이언 파크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 장관은 전날 총격으로 10세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시민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40여명으로 집계됐다. 호주 경찰은 총격 용의자가 부자 관계인 사지드 아크람(50)과 나비드 아크람(24)이라고 파악했다. 아버지 사지드는 현장에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나비드는 총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총격범들의 구체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호주 당국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나 이란 등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공영 ABC방송은 나비드가 2019년 시드니에서 IS 관련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체포된 인물과 연관 있다는 이유로 호주 국내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호주 내 유대인 공동체에선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최근 몇년 사이 반유대주의 범죄가 늘면서 호주 내 유대인들의 불안이 커져 왔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대규모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멜버른과 시드니에선 유대교 회당이 방화 대상이 되거나, 식당·학교가 공격받는 일이 반복돼왔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유대인 대표위원장 데이비드 오십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우리는) 그동안 유혈 사태가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경고해왔다”며 “반유대주의는 호주 사회 깊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특히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호주에선 반유대주의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유대인 집행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호주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은 2023년 10월부터 1년간 2062건, 2024년 10월부터 1년간 1654건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전 연평균 342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호주 정부는 반유대주의 갈등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7월 이 문제를 전담할 특사를 처음 임명하기도 했다. 유대인 변호사 출신 질리언 시걸 반유대주의 대응 특사는 이날 “우리는 오랜 기간 사회에 스며든 반유대주의에 충분하게 맞서지 못했다”며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 실질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격 사건 이후 시드니 전역에선 유대인 회당과 학교,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유대인 공동체 보안 단체는 경계 수준을 ‘심각’ 단계로 높이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호주 당국은 유대인 거주 지역에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등 유대인 인구가 많은 각국 도시에서도 유대인 전통 축제 ‘하누카’ 행사 보안 강화에 나섰다.
호주 연방정부 및 주정부는 총기 규제 강화 입법을 서두르기로 했다. 용의자 사지드는 합법적으로 등록한 총기 6정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켰으며, 10년 전 총기 면허를 보유하기에 “적합하고 타당한” 인물로 판정받았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보도했다.